찬바람 부는 국내 프로복싱|출전 잦아 TV중계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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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프로복싱이 국내 TV사들의 외면으로 고사(고사)상태의 위기에 놓였다.
MBC는 이미 지난달부터 유명우(유명우·WBA주니어플라이급)의 타이틀전을 제외한 일체의 프로복싱 중계를 북경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까지 하지 않기로 잠정결정한 바 있다.
MBC에 이어 KBS도 이달들어 오는 6월16일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던 WBA플라이급챔피언 이열우(이열우)의 1차 방어전(도전자 필리핀의 나바로테) 중계를 취소해버렸다.
이에 따라 이가 소속한 극동프러모션 측은 오는 7월29일 일본 미도(수호)시에서 동급1위인 레오파드 다마쿠마와 지명방어전을 갖기로 했다.
MBC측은 앞으로 월드컵축구·북경아시안게임 등이 겹쳐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KBS는 지난l2, 13일 벌어진 WBA페더급타이틀에 도전한 박찬목(박찬목)의 졸전과 WBA미니멈급 챔피언 김봉준(김봉준)의 테크니컬 판정 등 졸전의 연속으로 호되게 비난을 받자 앞으로 세계타이틀매치도 선별해서 중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영세한 국내프로복싱은 이제까지 20여년간 전적으로 TV중계료에 의존해왔다. TV는 세계타이틀매치에 1억∼1억5천만원씩을 지불, 챔피언 한 명만 보유해도 프러모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갖고있는 셈이 됐다. 이같이 되자 프러모터들은 세계타이틀전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됐으며 자연히 수준 낮은 저질경기의 악순환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같이 되자 일부 프러모터들은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려 방어전도 과감히 원정경기를 벌여야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또 미국과 같이 유선TV가 등장하는 91년께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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