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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라이프] 웃어보세요, 치~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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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웃어보세요, 치~~~~즈.

이 말에 촬영에 응하던 프랑스 처녀 라우에 르페르(22.사진)는 "치즈, 농, 농(non,non)" 하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고는 "카망베르"라고 외치며 치아를 활짝 드러낸다. 프랑스 치즈의 자부심이다. 그 환한 웃음이 치즈 빛깔을 닮았다.

◇ 치즈 즐기는 뚱보는 없다

일반적으로 치즈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20~30%씩 들어있다. 게다가 숙성된 치즈는 젖산균 등의 효소 작용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소화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해 몸이 쏙쏙 받아들인다. 칼슘.비타민A.비타민 B2 등도 풍부하다. 또 치즈는 술꾼에겐 멋진 안주다. 치즈의 단백질 속에 있는 아미노산 메티오닌은 간장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고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서 술을 마실 때 치즈를 먹으면 음주 후 머리가 아프거나 구역질이 나는 따위의 뒤탈을 막는다.

프랑스 현지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이재미(와인전문가 프리랜서.46)씨는 "얼마 전까지 파리에서는 비만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면서 "최근 미국식의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뚱보 어린이들이 눈에 자주 띈다"고 말한다. 치즈보다 햄버거를 즐기는 세대들이 겪는 재앙이다. 이만큼 치즈는 프랑스인들의 건강을 지켜온 음식이었다는 얘기리라.

◇ 나폴레옹과 달리가 좋아한 치즈

나폴레옹은 카망베르 마을을 지나다가 치즈 한 조각을 얻어 먹었다. 그는 치즈를 내준 술집 여인에게 갑자기 열정적인 프렌치키스를 퍼부었는데 나중에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치즈의 냄새와 맛이 왕비의 육향(肉香)을 떠올리게 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전설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치즈사랑을 엿보게 한다.

스페인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치즈광이었다. 1931년 그는 농익은 카망베르를 우물우물 씹고 있었다. 문득 어떤 구상이 떠올랐다. 그는 치즈처럼 쭉쭉 늘어진 시간의 권태를 생각해냈다. 붓을 들어 그는 그의 대표작인 '기억의 고집'을 그렸다. 4년 뒤 달리는 '불합리한 것의 극복'이란 메모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유명하고 부드러운 시계들이

카망베르 치즈 외에 아무 것도 아니란 사실을

당신은 확신해도 됩니다."

◇ 카망베르 마을을 가다

카망베르는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파리에서 버스로, 안막히고 달려도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파리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오랫동안 '치즈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누려온 브리 치즈보다 지리적 여건은 불리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둘 다 연성 치즈이지만 카망베르 쪽이 조금 더 부드러운 편이다.

이 치즈의 경쟁력은 노르망디 지역의 광활한 목초지에서 생산되는 원유(原乳)의 품질에서 나온다. 이 지역은 수질과 햇볕, 그리고 알맞은 기온을 갖춘 우유 생산 최적지이며 이 곳의 젖소 품종 또한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카망베르로 가는 길 주변은 끝없는 목장들, 그리고 어슬렁거리는 젖소떼들의 풍경이 장관을 이뤘다. 카망베르 마을은 뜻밖에 민가가 몇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도로의 간판, 그리고 성당 한켠에 서있는 미니 치즈박물관과 마을 사무소 귀퉁이에 붙은 기념품 가게를 빼면, 이 곳을 2백년 치즈역사에 빛나는(1991년에는 여기서 카망베르 2백주년 잔치가 벌어졌다고 한다) 카망베르 마을이라고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요즘도 마을에서는 가내(家內) 제조 방식으로 치즈를 생산해 먹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아 팔기도 한다고 한다.

◇ 부드러운 연성치즈의 매력

치즈 종류는 4백가지가 넘는다. 대체로 생치즈와 연성치즈.경성치즈로 나눈다. 카망베르는 연성치즈에 속한다. 틀에 넣어 물기를 뺀 뒤에 단기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시키는 치즈인데, 여기에는 프랑스의 대표 치즈인 브리와 카망베르가 속한다. 한편 생치즈는 발효나 숙성을 거치지 않고 우유나 저온살균된 크림으로 만드는 것으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숙성 방법이 개발되기 전부터 나타난 원시 치즈다. 여기에는 순두부처럼 생긴 코티지(cottage) 치즈와 젖소유의 크림으로 만드는 크림치즈가 있다. 연성치즈보다 딱딱하고 숙성기간도 긴 경성치즈로는 영국의 체다 치즈, 네덜란드의 에담 치즈, 스위스의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가 있다.

◇ 치즈와 와인이 만났을 때

대체로 같은 지역에서 난 치즈와 와인은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연한 치즈와 강한 와인이 짜릿한 화음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레드와인의 탄닌 성분은 치즈와 조화시키기에는 좀 까다로운 점이 있는데 연성치즈인 카망베르와 브리는 특이하게도 신맛.떫은 맛이 균형잡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코트뒤론.부르괴이으.브르이에.생테밀리용 등의 레드와인이 잘 맞는다.

◇ 한국에도 치즈바람 분다

도미노 피자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지난 7월 프랑스산 카망베르 치즈를 넣어 만든 더블 크러스트 피자 제품을 출시한 뒤 넉달 만에 회사 전체 매출이 30% 가량 늘었다. 새롭게 내놓은 단일품종이 자사의 주력품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마케팅팀에서 처음에 예상했던 매출량의 다섯배를 넘었다. 이 업체는 올 12월 해산물을 넣은 더블 크러스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의 치즈 제품을 중개해주는 한 업체인 구르메 F&B코리아의 안동희(安東熙.41)부장은 "한국에서 카망베르를 구입하는 규모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치즈 생산업체에서 상당히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귀띔한다. 물론 프랑스에서야 이같은 한국의 구매 급증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이다. 치즈의 1인당 연간 소비량으로 볼 때 프랑스가 17kg으로 가장 많고 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가 10kg 이상이며 미국.캐나다는 6~7kg이다. 한국은 이제 0.9kg 남짓(미국 유제품수출협회 2003년 자료)이라고 하니 비교가 된다.

오광현(吳光賢.44) 도미노피자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도 이제 치즈를 감별하는 입맛이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비닐 속에 납작하게 들어있는 가공치즈에만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이제 말하자면 맛있는 치즈를 고를 줄 알게 된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이나 대형 수퍼에서 카망베르 수입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1백25g짜리 한 덩이는 5천원 정도 한다.

프랑스 카망베르=이상국 기자

*** 치즈 고르기

◇ 계절을 고려하라

겨울 우유를 쓴 제품은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전해 가을부터 봄까지 제조된 치즈(숙성기간을 고려해서)가 적당하다. 대체로 봄에는 염소젖 치즈가 좋고 여름에는 카망베르와 생 넥테르가 좋으며 가을에는 블루치즈가 좋다.

◇ 치즈 상표를 볼 줄 알아라

상표가 부착된 치즈는 저온살균된 우유로 제조되었고 맛도 표준화되어 있다. 산지치즈를 원할 땐 생우유, 품질 검사 마크 등을 살펴라.

◇ 생산지를 꼭 확인하라

예를 들면 카망베르 치즈는 노르망디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생우유의 산지를 살펴서 진짜.가짜를 가려라.

◇ 선입견을 갖지마라

치즈 판매인에게 '카망베르 주세요'라고 말하지 말고 '연성 치즈 주세요'라고 말하라. 전문가들은 가장 알맞은 치즈를 내줄 수 있다.

◇ 외적인 모양보다는 맛을 살피라.

진짜 생젖으로 만든 농장 치즈는 대체로 모양이 고르지 못하다. 치즈를 고를 때는 판매인과 상의하라

저장고에 쌓인 제품보다는 새로운 치즈가 좋다

한꺼번에 많이 구입하기보다는 적은 양을 자주 구입하라. 치즈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시중에 나와 있기 때문에 새로 올려진 것이 좋다.

*** 보관 방법

◇ 온도가 높은 곳에 두면 곰팡이가 발생하여 맛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한다. 치즈의 수분이 얼어버릴 정도로 찬 곳에 둬서는 안된다.

◇ 건조하면 치즈의 잘린 부분이 말라 딱딱해진다. 폴리에틸렌 필름으로 감싸서 종이에 닿지 않게 둔다.

◇ 플라스틱 통에 넣어둔다. 다른 재료와 혼합하지 않는다.

◇ 적어도 먹기 45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 놓는다. 냉장고에서 넣고 꺼내기를 반복하면 맛이 확 떨어진다.

◇ 치즈는 나무 위에 놓아두면 맛이 좋아진다.

◇ 치즈 보온의 이상적인 온도는 섭씨 5도에서 8도 사이다.

◇ 세찬 통풍이나 직사 광선은 금물이다.

◇ 두개의 치즈를 딱 붙여놓으면 안된다. 치즈와 치즈 사이에 공기가 통하게 하라.

◇ 잘려진 부분은 알루미늄 호일로 잘 감싸둔다.

◇ 외피 위에 곰팡이가 생겼으면 완전히 잘라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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