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사 단체협상 중간결산|임금타결 절반…분규고비 넘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KBS사태와 현대중공업노조 파업, 공권력 개입에 맞선 전노협의 연대파업으로 한때 극렬 분규양상을 띠기도 했던 올 상반기 임금인상 등 노사간 단체협상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서 안정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5월말까지 끝내기로 돼있는 기업 5천1백51곳 중 2천5백43곳(49·4%)이 노사협상을 끝내 타결률이 지난해보다 약간 앞서가고 있다.
협상분위기도 예년보다 훨씬 안정돼 27일까지 노사분규는 1백87건이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가 줄었다.
올 봄 노동현장의 특징은 노사문제보다는 공권력개입강화에 대한 반발과 구속자 석방요구 등 정치투쟁의 성격이 짙었던 점이었다.
눈치보기로 상당수 대기업이 아직 임금교섭을 끌고 있긴 하지만 일단 올해 노사분규는 고비를 넘긴 셈이다.
◇임금인상〓27일 현재 평균 8·6%의 인상률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6%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생산직우대로 생산직은9·8%, 사무직은 7·1%의 인상률을 보였다.
1백인이상 고용업체 6천7백80곳 (상반기 대상 업체는 7O%선) 전체의 노사협상 타결률은 37· 5%이며 부문별로는 정부투자·출연기관이 54·1%, 공단업체가 27·9%인 반면 30대 그룹은 19·4%에 머무르고 인정「또 노조측이 주택문제 등 실질적인 복지증진에 관심을 두어 금성사·대우자동차· 대림엔지니어링 등 다수업체가 단체협약에 주택기금마련을 규정했으며 삼성·럭키금성 등 대기업그룹은 별도로 그룹차원에서 택지제공 등 근로자주택문제 대책을 마련했다.
◇합법쟁의 증가〓올해 분규 1백87건 중 46%가 합법쟁의로 지난해의 25%에 비해 증가,노사 교섭관행이 정착되는 추세를 보였다.
분규중 시위와 농성도 지난해 80%선에서 20%선으로 크게 줄었으며 쟁의의 지속일수도 지난해 19·2일에서 13일로 줄었다.
◇정치투쟁〓정부의 거듭된 공권력 강력행사 방침 천명과 침체된 경제에 대한 비판여론 등으로 노조측은 연초부터 과도한 임금인상투쟁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KBS노조의 신임사장 취임거부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자극받은 현대중공업노조가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 이를 계기로 노동계에는 정치적 요구를 앞세운 분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현대계열사 6개 노조가 즉각 동조파업에 들어갔고 전노협은 노동운동탄압 분쇄투쟁을 선언, 학생운동권과 합세해 군중대회를 갖고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한국노총도 노동운동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권력행사〓정부는 연초부터 분규예방과 수습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대응, 노동현장은 노사문제보다 노정문제로 갈등이 표출됐다.
정부는 금년 들어 강도높은 불법분규 엄단방침을 6차례나 거듭해 발표하고 현대중공업 분규에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10여 곳에 경찰력을 투입, 불법파업 근로자를 연행해 처벌했다.
정부당국은 특히 불법노동단체로 규정한 전노협의 활동에 대한 제재·규제를 강화, 연초의 업무조사에 이어 메이데이연대파업 배후조종세력으로 전면수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전노협결성준비위원회 발족 후 5월에만 99명이 구속되는 등 지금까지 모두2백62명의 전노협 노조관계자가 구속되고 94명이 수배되는 등 대량구속사태가 빚어졌다. 〈이덕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