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회봉사사업 "실적부진"|자원봉사능력개발연, 성직자·교인 1,200여명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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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교회는 사회봉사 사업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상의 이유 등으로 적극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자원봉사능력개발 연구회가 교회의 사회봉사 사업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개신교 9개교단과 가톨릭 등 7백95개 교회 성직자·교인 1천2백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분석한 가운데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88년 한햇 동안 조사대상 교회가 재정총액가운데서 구제·사회봉사를 위해 지출한 액수는 평균치가 7.02%01고 5%이하인 교회가 전체의 절반이상, 2.5%이하가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평균 2백만원 정도이고 1천만원이상을 지출하는 교회는 16%를 조금 상회했다.
이같은 사회봉사지출비율은 성직자와 교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봉사비 비율 17.22%보다 10% 가까이 낮으며 반수정도가 20%이상 지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비율이다.
응답자들은 70.3%가 교회의 재정상태에 비추어서도 사회봉사를 적게 한다고 답하고 있다.
교회 재정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교역자 생활비(20.65%) ▲교회유지비(17.13%) ▲건물건축 및 시설확장(16.61%) 의 순이었다. 작은 교회에서 교역자 생활비비중이 높고 큰 교회에서 건물건축·시설확장·교회유지비가 많이 나갔다.
이 같은 지출분포는 이상적인 지출순위를 알아본 결과와 큰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다. 응답자들은 이상적인 교회재정 지출 순을 ▲선교 ▲이웃돕기 및 사회봉사 ▲시설확장·건축 ▲교직자생활비 ▲교육 및 문화사업 ▲예배 및 설교 ▲교회유지비로 답하고있다.
사회봉사를 전담하는 직원이 있는 경우는 7%이고 교회관계자가 사회봉사사업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71.2%가 없다고 답해 교회에서 사회봉사에 대한 소양을 기를 기회가 부족했으며 그것이 교회의 사회봉사사업 부진의 한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등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한 의식조사도 「교회적 접근」이란 관점에서 볼 때 소극적인 경향이 보인다.
빈곤의 원인에 대해서 응답자는 저임금, 고용정책의 잘못, 자본주의의 모순 등 정부·제도의 잘못에 69%, 본인의 게으름·무절제를 29%로 지적하고 해결책은 정부시책 53%, 본인노력 39.5%를 요구하고 있다. 친척이나 이웃·교회의 도움은 6.9%에 불과하다.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교인들의 호응도는 적극적인 경우가 43.7%,소극적인 경우가 47.0%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개교회에서 교회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 또는 헌금을 할 경우 적극적이라는 희망적 예측은 56.8%,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43.2%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한국교회가 신앙의 사회성보다는 예배·전도·종교교육 등 복음주의적 신앙노선에 중점이 주어져 움직여가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또 사회현실을 파악하는데도 교회울타리 바로밖에 가난과 무지와 노력의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불행한 이웃이 있다는 구체적 인식보다는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사회전반의 안전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문제(민생치안·환경공해·청소년비행·퇴폐·환락 등)에 더 관심을 두는 일종의 중산층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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