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파산 급증 2년 새 6.3% → 11.5%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60대 이상 고령자의 개인 파산 신청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개인파산.개인회생제도 운영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고령 인구가 늘면서 개인파산 신청자 가운데 60대 이상의 비율이 2004년 6.3%, 지난해 9.7%에 이어 올 8월에는 11.5%로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진성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는 "고령자들의 개인파산 원인 가운데 '병원비 지출'이 2004년 1.3%, 지난해 3.2%, 올해 6.8% 등 매년 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뚜렷한 노후대책이 없는 고령 채무자들은 소득이 없어 면책을 받더라도 새출발이 불가능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3일 도입 2주년을 맞은 개인회생제도 신청 건수는 올 들어 8월까지 4910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5007건)보다 2% 감소했다. 반면 개인파산 신청은 8월까지 2만7269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만7772건)보다 53%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파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면서 채무자들이 5년간 빚을 변제해야 하는 회생보다 한 번에 채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파산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녀별 비중은 개인회생에서는 남성(60.3%)이, 개인파산에서는 여성(54.4%)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남성은 파산 시 불이익이나 신용 실추 등 부작용을 감안해 '채무 면책'을 받는 파산보다 채무를 5년간 갚는 회생 절차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법원은 분석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개인회생 채무자가, 낮을수록 개인파산 채무자가 많았고, 채무액은 개인회생(74.7%) 및 개인파산(76.3%) 모두 '1억원 미만'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배우자로 인해 채무가 발생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64.9%에 달해 어느 한쪽 배우자의 파산이 '부부파산'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법원은 "개인회생.파산자에게 가해지는 금융거래 제한, 근로상 불이익 등 차별을 줄이는 방안을 향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