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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령화 핵폭탄 보고만 있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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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은 제10회 노인의 날이다. 정부는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장수 지팡이를 선물하고 모범 노인 등에게 훈.포장을 준다. 65세 이상 노인은 10년 전보다 180만2000명 늘어나 올해 459만7000여 명이 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9.5%이며 10년 전에 비해 3.4%포인트나 늘었다.

노인은 늘고 출산율은 급락한 탓에 10년 전에 젊은이 12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했으나 지금은 7.6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내내 경제가 어려운 것도 노인 부양 부담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인의 날을 맞는 노인들은 사회의 반짝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울하기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들의 삶은 빈궁하기 짝이 없다. 노인 부부의 가구 소득이 전체 평균가구의 3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원이 없다 보니 소득의 대부분은 자식 등에게서 받은 이전소득이고, 근로나 사업으로 번 돈은 극히 미미하다. 국민.공무원.경로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은 3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대다수가 노인이다.

고령화의 이러한 그림자는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가 소총이라면 앞으로는 메가톤급 폭탄이 다가올 것이다. 2009년부터 재직 연령대 인구(25~54세)가 감소하고 2016년에는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한다. 일할 사람이 줄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투자와 저축이 줄며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급증할 것이다.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2050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 최고에 이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말로만 고령화 대책 마련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대책은 소득과 건강 보장, 노인 인력의 활용 등이다. 이 중 핵심 대책은 최대한 오래 근로 현장에 남도록 하는 것이다.

이의 대안이 임금피크제다. 현재 50여 곳의 기업이나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진도가 그리 잘 나가지 않는다. 일본은 노인 인력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활용하거나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정년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2000년 57.2세에서 재작년 56.8세로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직급별 호봉제를 고과승급제로 개선하거나 기업의 법정 퇴직금 부담을 줄여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 기회를 넓혀야 한다.

노후 소득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국민연금을 조속히 개혁해야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고치는 시늉만 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제도 미비로 인해 가입자가 이제 겨우 2%를 넘었을 정도다.

정부는 6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내놨다가 재원(32조원) 조달 방안이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후론 일이 어찌 돼 가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이 계획 중 적용 가능한 것을 추려내 실행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보험 신규 가입을 허용하고, 70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전력하고 있는 일본을 보라.

정부는 임금이 감액된 경우만 지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제도를 조속히 개선하고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도 앞으로는 고령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80%가량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고령화 고용확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