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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미·호 컴퓨터통신망 「해커」들이 시스팀 파괴 "으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주요기관의 컴퓨터에 침입해 문제를 일으키는 컴퓨터범죄와 컴퓨터 바이러스사건이 자주 일어나면서 일부 외국에서는 컴퓨터통신망에 비상이 걸려있고 국내에서도 경계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컴퓨터의 보급과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컴퓨터의 부정이용도 증가해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컴퓨터 무법자인 「해커」들이 컴퓨터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한 동료구속에 불만을 품고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해커란 컴퓨터시스팀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이 불법으로 통신망과 접속(액세스)해 수록된 정보를 훔쳐보거나 시스팀의 일부를 고의 또는 실수로 손상시키는 행동을 하는 컴퓨터계의 무법자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컴퓨터 지하서클 멤버들이 불법행위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동료 해커 로버트 모리스가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컴퓨터망을 파괴시키겠다고 위협을 가해왔다는 것.
모리스는 88년11월 미국의 광범위한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Inter Net)에 컴퓨터바이러스의 한 유형인 웜(벌레)프로그램을 집어넣어 통신망을 일시적으로 교란시킨 혐의로 구속뵀다.
호주에서도 멜버른공대생 2명과 프로그래머 1명이 전화망을 통해 컴퓨터에 침입해 데이터를 파손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는데 해외의 해커들이 보복하리라는 정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 3욀18일 미하비드대의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에 근무하는 천문학사 클리포드 스톨씨(39)의 컴퓨터 화면에 난데없이 「뻐꾸기도 이제별수 없구먼」이라는 모욕적인 메시지가 나타났는데 이 같은 해커의 침입은 이 연구소의 컴퓨터 패스워드(암호)를 변경한지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스톨씨는 86년 미버클리의 로렌스 버클리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컴퓨터사용료에 75센트의 오차가 생긴 것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서독 하노버에서 누군가가 컴퓨터망에 침입했다는 것을 알아내 FBI에 제보했다.
FBI는 스톨씨의 제보를 토대로 결국 지난해 소련 KGB에 군사정보 등을 제공해온 일당 8 명을 서독에서 체포했는데 스톨씨는 이때의 추적경험을 『뻐꾸기의 알』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후 호주로부터 한남자가 스톨씨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당신의 책을 보니 당신은 해커들을 미워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 우리는 당신 컴퓨터에 들어갈 만큼 머리가 좋기 때문에 당신은 우리를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해커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된 적이 없으나 지난해 3월 자칭「바이러스 서울연합」이라는 이름의 해커가 한국데이타통신의 한글전자 사서함용 호스트컴퓨터의 데이터 파일을 파괴하겠다고 한글전자사서함의 게시판에 으름장을 놓은 일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정보통신망이 발달함에 따라 외국의 해커들이 국내 시스팀에 침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해커들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초기에는 프로그램 복사나 컴퓨터통신망의 패스워드풀기에 주로 심취해봤으나 최근에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피해를 줌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정복자로서의 쾌감을 느끼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데이타통신 품질보증실 조원덕 실장(국제공인정보시스팀 감사사)은 『점차 지능화·악성화되고 있는 해커들의 위험으로부터 귀중한 데이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안 대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보안대책과 함께 컴퓨터 업무에 대한 관리체제의 강화, 데이타의 암호화, 다단계 액세스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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