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상점 흑인고객 다시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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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위의 빈축 무릅쓰고 불매운동에 항의/“이웃 괴롭히는 짓 그만두자”목소리 높여
뉴욕시의 부루클린구에 있는 식료품점 「레드 애플」에는 고객들 대신 경비를 펼치고 있는 10여명의 경찰관들과 수십명의 기자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이 식료품점은 지난 4개월동안 계속된 흑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시위와 보이콧의 현장이 되고 있다.
흑인들은 이 가게의 주인이 한 아이티계 흑인부녀자를 구타했다고 주장하면서 불매운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흑인 고객들은 자신들이 인종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이 상점을 다시 찾아오고 있다.
이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한 흑인 10대 청소년 2명이 가게문을 나서자 약 20명의 시위대들이 『창피한줄 알아라』는 구호를 동시에 외치며 모욕을 주었다.
한 흑인 중년 부인은 시위대의 항의에 직면하자 『나는 항상 이곳을 이용해왔고 이 가게의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반감도 없다. 이제는 이웃을 괴롭히는 짓은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 사는 한 백인은 성조기를 들고 이 가게를 찾아오기도 했다.
흑인들의 보복을 의식,익명을 요구한 한 고객은 『나는 이곳이 미국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인종ㆍ신조ㆍ국적이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미국은 자유를 신봉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인근 고등학교의 한 흑인 교사는 지난 14일 흑인들의 불매운동의 부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5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이 가게를 찾은 뒤 협박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 최초의 흑인 시장인 데이비드 딘킨스씨는 15일 『보이콧이 이미 충분히 오래 지속됐다』면서 흑인들의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피킷팅은 애플 파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미국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게의 지배인 장봉재씨는 보이콧 때문에 하루 매상이 1천5백달러에서 10달러로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4일에는 장씨가 새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을 가져다 놓자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약 4백80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장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민온 식료품점 주인들의 조직인 한국인생산협회의 기부금으로 생계를 꾸려왔다.【뉴욕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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