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이 받은 100억원 昌 그때 몰랐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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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최돈웅 의원의 SK 돈 1백억원 수수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李전총재는 지난 20일 귀국하면서 崔의원의 1백억원 수수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본인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상모략에는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崔의원의 1백억원 수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李전총재의 말이 거짓이었거나 崔의원의 1백억원 수수를 전혀 몰랐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는 다른 얘기들이 나온다. 물론 추측의 수준이다. 박종희 의원은 "崔의원이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상식적으로 어떻게 李전총재에게 얘기를 안 했겠느냐"며 "그러나 李전총재는 고맙다고 전화했거나 잘했다고 하진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준 의원도 "평소 스타일로 보면 알지 못했을 것 같으나 액수가 워낙 커 사후에라도 보고받았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李전총재가 지난 대선 때 崔의원에게 전화로 "기업에 전화하는 등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의 주장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李전총재가 대선자금 모금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SK 입장에서 1백억원이라는 거금을 李전총재가 모르게 주었을 리 만무하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은 李전총재를 보고 줬을 돈인데 말이다.

당 일각에선 부국팀 등 李전총재의 사조직과 당내 직능조직 등이 대선 막바지에 활동을 강화하면서 적잖은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도 사전 인지설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는다.

그러나 李전총재 측근들은 李전총재가 SK 돈의 유입 사실을 결코 몰랐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李전총재를 보좌했던 인사는 "李전총재 앞에서 돈 얘기를 했다간 큰일 난다"며 "때문에 돈 문제는 늘 밑에서 알아서 처리했었다"고 말했다. 보고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조직인 부국팀에 돈이 들어갔을 리도 없다고 했다. 갔다면 당 공조직이라는 주장이다. 이종구 전 특보도 "왜 사조직에 주목하느냐"며 "부국팀에서 일한 사람들은 전부 자원봉사자이거나 자기 돈 내며 뛴 사람들"이라며 부인했다.

한편 李전총재 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한나라당은 더욱 당혹했다. 대선 당시 공조직과 비공개 조직, 李전총재의 사조직 출신들 사이의 격렬한 충돌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어느 당직자도 1백억원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崔의원은 물론 대선 당시 돈을 만졌던 관계자 모두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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