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전시회일정 늘려잡기 〃새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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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화랑가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한 전시회의 전시기간이 7일에서 10일 이상으로 점차 길어지고 있으며 서울 강남에 새로운 화랑 중심가들이 형성되면서 화랑가가 다변화되고있다.
또 전시 팸플릿에도 평론가의 평 대신 작가자신의 글을 싣거나 국제화시대에 즈음해 영문을 함께 싣는 경우가 부쩍 흔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미술계가 발전하고 국제화됨에 따라 화랑가도 그동안의 천편일률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내실있는 성장을 이룩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각 화랑들은 대부분의 전시회 일정을 1주일 단위로 나누어 잡는 소위「7일제」운영방식에 젖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현대·선화람 등 일부 화랑들이 기획·초대전 외에 대관전까지 전시기간을 10일로 늘려 잡기 시작하자 점차 이를 뒤따르는 화랑들이 늘고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4, 5월의 각 화랑 전시일정을 살펴보면 갈 나타난다. 전시기간을 한달 이상씩 잡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호암갤러리·워커힐미술관등외에 일반 상업화랑들도 전시기간을 늘려 잡고 있다.
동산방화랑의『4인의 표현전』(4월17∼26일), 갤러리 빙의『금속공예작가전』(4월6∼19일), 조선일보미술관의『최동열전』 (4월27일∼5월 6일), 갤러리서미의『구본창 개인전』(4월30일∼5월15일), 현대백화점 미술관의 『심인자조각전 』(5월3∼16일)등.
이밖에 서울미술관의『임세택전』(5월12일∼6월10일), 샘화랑의 『이랄소·호리 고사이 2인전』(12∼24일), 힐튼화랑의 『윤지현작품전』 (10일∼6월14일 ) 등이 열흘이상씩 전시일정을 잡고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갤러리 동숭아트센터는 내년부터 모든 전시회를 「7일제」에서 탈피해「10일제」로 운영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섰다.
이 화랑은 또 전시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생기는 작가의 대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전의 하루 대관료를 20만원에서18만5천원으로 내렸다.
이 화랑의 큐레이터인 정준모씨는『그동안 작가들의 여론을 조사해 보니 7일 전시는 너무 짧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운영상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히고 『다른 많은 화랑들도 이같은 결정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7일제 전시일정은 너무 짧다는게 미술계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작가는 5백만∼1천만원씩 들여 겨우 마련한 전시회가 시작되는 듯하다가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컸었고 애호가들은 바쁜 생활에 쫓겨 자칫하면 전시회관람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평론가 오광수씨는 『외국화랑들의 경우 대부분 20일 이상씩 전시를 하며 몇달씩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하고『작가의 발표기간과 애호가의 감상기간을 보다 충분히 늘려나가는 것은 상당히 발전적이고 긍정적 추세』라고 환영했다.
한편 지난해부터는 서울강남지역 곳곳에 신설화랑과 기존 화랑의 강남분점들이 속속 들어서며 새로운 화랑 중심가를 형성하고있다.
강남의 대표적 화랑 중심가는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 이들 지역은 강북의 인사동·사간동에 버금가는 화랑가로 발전될 전망이다.
청담동일대에는 박여숙·한국·서림·봄·이목·청담·유나·평화랑 등이 밀집되어있으며 압구정동∼신사동일대에는 현대백화점미술관·현대화랑 분점과 예·미·표·이·샘·두손화랑 등이 몰려있다.
특히 청담동일대의 화랑들은 이 지역을 새로운「화랑가1번지」로 육성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올 가을께 가칭 「청담미술축제」도 열 예정이다.
이 기간동안 각 화랑들이 동시에 같은 주제의 기획전을 열고 팸플릿도 함께 묶어 제작하는 등 합동미술전 행사를구상중이다.
이밖에 최근들어 많은 작가들이 그동안 팸플릿에「얼굴」처럼 실어오던 평론가의 칭찬일변도의 평 대신 자신의 글을 싣거나 해설을 싣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로 주목된다.
또 많은 작가들이 평과 경력의 영문번역을 함께 실어 외국의 미술계에 보내는 등 해외소개에도 눈을 돌리고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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