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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온라인게임 일본에 밀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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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고이(대단해)."

22일부터 사흘간 도쿄 인근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06'의 한 게임 전시관.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게임을 경험하는 일본인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국내 게임.포털업체인 NHN의 자회사인 NHN재팬이 150여 종의 온라인게임을 준비해 도쿄게임쇼장에 마련한 부스에서 들린 소리였다. 일본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선전하고 있다. NHN재팬의 한게임은 일본 진출 6년 만에 18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일본 업체 '겅호'와 함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넥슨재팬.네오위즈재팬.엔씨재팬 등 일본에 진출한 한국의 다른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경쟁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여름 온 나라를 한바탕 뒤흔든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오락게임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한국 업체 때문인지 일본의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는 24일 사설을 통해 "세계를 이끌었던 일본 게임산업이 국내 시장 규모 축소와 해외시장 점유율 저하라는 내우외환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우는 소리를 하지만, 일본의 게임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또 다양한 게임 캐릭터가 있다.

도쿄게임쇼에서 만난 한 일본인 게임 매니어는 "로봇 '건담'이 나오는 게임 타이틀이면 항상 2개를 산다"고 했다. 하나는 소장용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게임용이란다. 자신과 같은 건담 매니어가 일본 내에 수백만 명은 될 거라고 자신했다. 일본 게임업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기초를 닦은 그래픽 전문가 또한 많다.

일본 게임업계가 날로 확산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망을 기초로 온라인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어렵게 잡은 세계시장 주도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에는 온라인게임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술진은 풍부하다. 하지만 캐릭터와 그래픽을 만들고,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캐릭터와 그래픽 등 기본에 충실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으로 약 44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자칫하다간 수출 효자 상품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