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시와 과학과 그림, 삼박자의 환상적인 조화!

이 책 <봄여름가을겨울 연못 이야기>는 200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다. 선정위원회는 이 책의 수상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네 계절에 걸쳐 연못에 사는 생물들의 다양한 삶을 열 한 편의 즐거운 노래로 축복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매우 훌륭히 연출된 그림과 더불어 아름다운 시, 과학적인 정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완성도 높게 결합되었다. 그림 작가가 손으로 직접 채색하며 특별히 제작한 목판화, 그 살아 있는 듯한 선들은 글 작가가 자연을 주제로 펼쳐 보인 인상적인 시들의 의미를 더욱 풍성히 전달하고 있다.” 선정의 이유에서 보듯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시와 생태정보와 그림의 환상적인 결합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어색하게 섞어 놓은 방식이 아니라 각각이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그림 또한 강렬한 인상으로 보는 이를 연못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픽션과 논픽션, 훌륭한 그림의 완벽한 결합, 그 모범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시 : 연못을 둘러싼 수많은 생명, 그 신비로운 삶의 노래들

연못은, 1년 내내 놀라운 일이 가득한 온갖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연못을 배경으로 나고 자라며, 변화하고, 먹고 먹히며, 사라진다. 이 책은 그 중 열한 가지 이야기를 시로 들려준다.

땅이 녹기 시작하는 봄밤, 높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짝을 찾는 청개구리부터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며 진흙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청하는 비단거북까지 연못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을 주인공으로 한 시들은 겉으로 보기엔 잔잔하고 고요해 보이는 연못이 실은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인지를 신비롭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라 외치는 물방개, 태어나 첫 헤엄을 치러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의 아기 오리, 밤새 허물을 벗고 멋진 날개를 펼치는 잠자리 등 다양한 생물들의 일생, 혹은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한 노래들은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며, 시종일관 리듬감이 넘친다. 시의 분위기나 생태 특성에 맞춰 시어의 배열이나 형태도 세심하게 배려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준다. 연못과 그 속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마음으로 느끼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아름다운 시들이다.

과학 : ‘물곰’이라는 벌레를 아세요?-흥미로운 생태 정보들

아름다운 시와 더불어 각 편마다 재미있고 친절한 생태 정보도 함께 한다. 그래서 시에 담긴 뜻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자연과 자연의 생명들에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방개나 물벌레 들은 물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공기 방울을 품고 다니며, 날도래의 애벌레가 기다란 원통 모양의 멋진 집을 지어 스스로를 위장하고 보호하기도 한다는 것, 또 잠자리가 멋진 날개로 뒤로도 날 수 있는 정말 대단한 비행 실력을 가진 일등 곡예사라는 사실은 시 읽는 재미를 훨씬 더 크게 해 준다. 거기다 잘 모르고 있던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들도 많다. 고성청개구리는 몸속에 ‘부동액’ 같은 물질이 있어 몸이 얼어도 세포 속까지는 완전히 얼지는 않은 채로 겨울을 나고, 송장헤엄치개는 평생 누워서 헤엄을 친다고 한다. 또한 물곰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벌레도 있다. 이 작은 벌레는 모양이 꼭 곰처럼 생긴데다 움직이는 것도 느릿느릿 곰 같다고 한다. 물기가 마르면 먼지처럼 작게 말라붙어 바람에 날려 다니는데, 이런 상태로 몇 달,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살 수도 있다. 그러다 다시 물을 만나면 몸이 부풀어 물곰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은 다양한 생물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하고, 연못 생태계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림 : 넘치는 힘과 생동감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목판화

아름다운 시를 통해 마음으로 느낀 연못, 흥미로운 생태 정보를 통해 머리로 이해한 연못은 이제 하나 더, 힘이 넘치는 그림을 통해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책은 연못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타의 그림책처럼 세밀화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이 굵은 목판화이다. 하지만 그 강렬한 색감과 힘이 넘치는 선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연못의 사계는 푸릇한 파스텔 톤으로 시작한 봄에서 계절이 여름으로 갈수록 그 빛이 짙어지고, 초겨울 갈색과 보랏빛 석양의 색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속의 개체들은 각각이 다양한 구도로,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멀리서, 가까이서, 위에서, 아래에서 입체적으로 구성한 그림은 연못에 사는 생물들의 제작기 다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공감하게 한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과 전달을 벗어나 시와 과학, 그림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 이 작품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주며, 자연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지은이 : 조이스 시드먼
작가이자 시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한다. 이제까지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을 많이 펴냈다. 지은 책으로 <강아지들의 세상-시와 10대들의 목소리><유레카!-발명가에 대한 시><우리 둘이서-아빠 동물들에 대한 시> 등이 있다.

■ 그림 : 그린 베키 프랜지
판화가이다. 자연 과학 일러스트션을 따로 공부했으며, 생물학을 전공한 학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시냇가에 살았는데, 늘 그 속의 작고 이상한 생명체들을 살펴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어린이책이다.

■ 정가 : 9,5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