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개인식당 양 안 속여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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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 시에 있는 자영고급식당「우리 피」가 자본주의식 영업방식으로 국내외의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피는 이 나라 말로 보리수란 뜻. 인구 1백20만 명의 프라하에선 유일한 개인운영식당이다.
지난해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들어선 비 공산 계 현 하벨 대통령 정부는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할 목적으로 사기업설립을 대폭 허용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프라하시민은 물론 멀리 보헤미아·몰다비아 지방에서까지『프라하 시에 민영기업·음식점을 설립하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 1만여 건에 이르렀지만 실제 경영을 시작한 곳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미로슬라프 루지카씨(46)의 선견지명은 프라하시의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이발기구·무까지 거의 모든 생산품에 대해 배급제도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국가계획경제를 유지하던 체코에서 루지카씨가 처음 레스토랑의 문을 연 것은 2년 전이다.
88년1월 야노시 전 정부가 일부 민영기업설립을 허용키로 결정하자 루지카씨는 30년 동안 국영호텔·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한 경험을 살려 레스토랑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허가신청을 낸 사람들 중 정부의 재정능력검사 결과 루지카씨 만이 레스토랑개업허가를 받았을 뿐 1백42명은 햄버거·핫도그판매 간이음식점 허가만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민영기업허가결정이 다분히「대외홍보용 요식 행위」에 불과한 상황에서 루지카씨의 노력은「모험적」이었다.
정부의 지원이 일체 없는 상황에서 루지카씨는 평생 저축한 돈에다 집을 팔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누이동생에게서 돈을 빌려 모두 2백50만 크라운(1억1천만원)을 투자, 우선 필슨 가의 폐가상태인 90년 된 맥주 집을 샀다.
수도·배수·전기시설이 전혀 없어 루지카씨는 사비를 들여 3km 전기 줄, 4백m의 연료공급파이프를 설치, 시 공급 선에 연결시켰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으로 문 입구에『국영 2류 식당보다 가격 20% 높음』이란 정부허가표지판이 붙어 있다. 두 사람이 와인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평균 10달러(7천 원)가 든다.
종업원은 요리사·웨이터 등 10명을 고용하고 저녁때 9명의 파트타임웨이터를 쓰고 있는데 국영식당보다 임금이 많아 인기가 높다.
루지카씨는『체코의 국영음식점은 정량판매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요리사들이 양을 속이고 나머지를 지하시장에 파는 경우가 많다』고 실정을 밝혔다.
그는『우리 식당은 정확한 양을 손님에게 제공, 신용을 얻고 있다』며 성공비결을 공개했다.
루지카씨는 매일 아침 인근상점들을 돌아다니며 그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아직도 계획경제를 실시중인 체코에선 도매상이 없어 루지카씨는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주변 상점에서 루지카씨는 큰손님이다.
그는 길게 줄을 선 채 물건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곧바로 상점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사는「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는『상점주인·종업원들에게 약간의 뇌물을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루지카씨는 개인이익을 위해 쓰는 뇌물마저 자본주의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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