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은 비싼 프로젝트 전작권 환수 신중 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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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시절 국방.외교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2001년 3월~2004년 11월 재임.사진)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100% 자주적인 국가는 없다"며 "(전작권 환수에 따른)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한국군의 현대화 추진에는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않으며, 이런 추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국의 자주국방이라는 표현을 미국은 한국이 단독적으로 가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자주국방을 얘기할 때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주국방과 비용에 대해 설명할 때 신중해야 한다. 북한만 봐도 자주국방은 너무 고가의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대북정책의 교본 격인 '아미티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에 비해 합리적 외교노선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한.미 동맹과 전작권 이전'토론회(주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에 참석해 천용택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토론했다. 다음은 아미티지 부장관과의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전작권 이양 시기로 2009년을 제시했는데 이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같은 공화당 소속이고 같은 행정부에서 일했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작권 이양이 전쟁 억지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가.

"사령부가 하나로 통일돼 있는 것은 군사 작전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다. 사령부를 병렬로 두 개를 두는 게 효과적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살펴볼 의향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내 판단이다."(※전작권이 한국으로 이전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각각 독립적인 사령부를 갖게 된다.)

-한국의 차기 정권에서 전작권 문제를 재협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이론적으로는 재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재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전작권 이양에 쉽게 합의한 이유는 뭔가.

"미국이 동맹국이자 우방인 한국을 지원하고 기쁘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다시 부활시킬 가능성은 없나.

"나도 애치슨 라인이 부활할까 걱정하는 사람이다. 반복돼선 안 되는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1950년 1월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이 미국의 극동 방어라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선언했고, 5개월 뒤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은 어떻게 평가하나.

"연말까지는 핵무기 준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안에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미.) 북한은 그때까지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언.김성탁 기자

◆ 리처드 아미티지=미 공화당의 대표적인 한국.일본통. 1983~89년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이래 공화당 정권의 한반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2000년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주일 미군 감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함께 부시 1기 국무부를 책임지면서 북한 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려는 온건 보수주의를 견지했다. 그러나 북한의 범죄 행위엔 강경 입장이다. 현재 '아미티지 인터내셔널'이란 민간회사를 운영하면서 일본의 미래를 전망하는 새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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