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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뉴타운사업 첫발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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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은평뉴타운사업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50여 곳으로 확대할 예정인 강북 뉴타운 개발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남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은 오세훈시장의 주요 공약사항 중의 하나다. 그러나 첫 단추인 은평뉴타운 고분양가로 인한 여파가 강북 전역을 휩쓸면서 오히려 서울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전락한 상태다.

서울시는 오 시장 출범 이후 강북 균형발전을 위해 3차 뉴타운 10곳을 선정한 데 이어 최근 13만2669평(43만8560㎡) 규모의 종로구 세운지구(중심지형)와 44만4663평(146만9910㎡) 규모의 영등포구 신길지구(주거지형), 55만9953평(185만1020㎡) 규모의 성북구 장위지구(주거지형) 등 3곳을 재정비 촉진지구로 선정할 것을 건설교통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뉴타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고분양가 '암초'에 부딪치면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고분양가로 인한 논란의 와중에서 오 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더욱 혼란 양상이다.

◇ 주택시장 가격 폭등 확산 일로=은평 뉴타운에 촉발된 고분양가는 제일 먼저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진 여타 뉴타운으로 확산, 고분양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들 뉴타운들도 분양가 수준을 더 올려받겠다는 움직임이 거센 형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북지역의 중소형 주택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양상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책정 이후 가격이 더 오르기전에 사놓자"는 심리가 확산, 마포 등 강북지역의 중소형 주택가격이 치솟는 것은 물론 수도권 외곽지역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강북 뉴타운 개발이 국지적 집값 요인으로 지적되던 당초 견해와는 달리 전면화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초기 투기대책을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뉴타운 지역마다 땅값 상승으로 강북 주민들은 집값이 더 낮은 지역으로 옮겨가야하는 상황마저 빚어졌다는 비판이다.

대한주택공사의 한 관계자는 "도심낙후지역 재개발 및 정비사업인 뉴타운사업이 고분양가로 치달으면서 주민재정착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의욕을 상실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분양가로 실수요자들이 주택구매층에서 대거 탈락함으로써 시장 기반 악화마저 가속화될 수 있어 이번 (은평뉴타운 고분양가)문제는 주택정책 전반을 흔들 가능성 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도 부정적 견해 우세=이번 후분양제를 골자로 한 '서울시 뉴타운대책'이 당장은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여론의 압박은 피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분양가격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특히 후분양시 금융비용 등 전체적인 비용 조절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주변지역 아파트값을 재차 끌어올리는 2차 파동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후분양 방침에 따라 은평뉴타운은 아파트 건설 공정률이 80%에 이르는 내년 9~10월쯤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당초 이달 말 예정이었던 분양시기가 1년 가량 늦춰지는 만큼, 이 기간동안 평당 15만원 가량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분양시기 변경이 고가 논란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분양시기는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 형성 구도가 유지될 경우 오히려 분양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지전문대 서후석 교수는 "이미 공급주체인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은평뉴타운의 분양 마진율이 건설원가대비 5%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인하폭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잘해봐야 현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분양시기만 연장시켜 같은 가격대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뉴타운 개발의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은평뉴타운이 분양가 책정에 따른 폭리 여부에만 초점이 몰리다보니 뉴타운 개발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어떻게 개발할 지 등 중요한 문제가 배제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때문에 "격차 해소 차원에서 원주민들의 재정착 문제와 함께 수익금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와 필요시 정부 재정 지원도 따라줘야 하는 등의 논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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