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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주 핵보유 연설' 보도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고위관리가 핵보유 및 외교 실패를 언급했다는 내용의 미 군사전문가가 쓴 가상 에세이를 국내 언론이 주요 뉴스로 긴급 보도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연합뉴스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문 씽크탱크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www.nautilus.org)에 게재된 북한전문가 로버트 칼린의 에세이를 인용해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24일 오후 11시18분 최초 보도했다.

로버트 칼린의 에세이에는 북한 외무성 강석주 제1부상이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의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북한이 핵무기 5, 6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 외교는 끝났다. 워싱턴은 대답이 없다. 6자회담은 시작부터 희망이 없었다. 핵실험을 할지 여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의 이같은 보도는 25일 국내 주요 방송.신문들이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동아일보는 25일 1면 톱기사로 해당 소식을 대서특필 하고, 2.3면에서는 전문과 분석기사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6면에 "본지는 강석주의 강연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에세이를 요약해 톱기사로 보도했다. 로버트 칼린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북한 분석가로 반 부시 성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른 언론들도 북한의 대표적인 온건파 강석주 부상의 연설 내용이라며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4면에 칼린의 에세이 주장 내용을 보도한 뒤 정부의 입장을 덧붙여 보도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는 25일 새벽 5시3분 관련 기사를 "전문 취소한다"고 긴급 타전했다. 로버트 칼린의 에세이가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구상한 내용이라는 이유였다.

로버트 칼린은 14일 브루킹스 연구소와 스탠퍼드 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 관련 세미나에서 이같은 가상의 글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합뉴스를 비롯 국내 언론들이 면밀한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고 보도하면서의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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