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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3륜은 벌써 사라졌어야 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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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23일 광주 고.지검 직원들과 함께 월출산에 올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광주=연합뉴스]

일선 판사들이 '검사.변호사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이상훈(50.1977년 사법시험 19회 합격)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형사부 판사들에게 '검사.변호사와 동료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는 전국 판사 2000여 명 중 14%(280여 명)가 근무하며 주요 사건의 1심을 처리한다. 형사수석부장은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맡으며 형사재판부를 총괄한다. 이 부장판사는 이 대법원장의 최측근인 이광범(47.사시 23회)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의 친형이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의 상대방은 피의자나 피고인이고, 변호사는 당사자의 대리인이거나 변호인일 뿐'이라며 '법조 3륜(法曹三輪.사법업무를 담당하는 판사.검사.변호사 집단이 세개의 수레바퀴처럼 어우러져 굴러간다는 의미)이라는 말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 전혀 다른 직역(職域)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동료의식을 내세우는 표현 같아 유쾌하지 않다'고 적었다. 변호사에 대해선 '판사를 그만두면 변호사로 일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료의식을 가질 이유는 없다. 판사는 변호사와 같은 배를 탄 동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동연(42.사시 36회) 대전고법 판사는 법원통신망에 '언론에 드러난 내용은 대법원장님이 실제 말씀하신 것과 취지나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수사기록만 보고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심증을 형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글을 올렸다.

정진경(43.사시 27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도 법원통신망에 글을 올려 '검찰이 판사의 무죄 판결이나 영장 기각에 불만이 있을 경우 판사 뒷조사를 해 압력을 가한 사례가 있고, 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 정 검찰총장, 자제 당부=21, 22일 잇따라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던 정상명 검찰총장은 23일 광주 지역 검찰 간부들과 전남 영암의 월출산 산행에서 "자제와 절제가 필요한 시기"라며 검찰 내부를 향해 파문 확산을 중단하도록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대검은 25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던 변협은 이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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