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도 비판한 '낙하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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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부의장이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낙하산' 논란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을 부르고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낙하산' 자체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낙하산' 문제는 지금까지는 야당과 언론이 문제를 삼으면 청와대가 방어하는 식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아는 사람이 공공기관에 가는 '코드인사'는 당연하고, 전문성과 무관한 경우는 없으며, 감사 같은 자리는 오히려 개혁적인 외부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렇다면 여권 내부의 고언(苦言)은 무엇이란 말인가. 특히 정책위의장은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하는 동안 공공기관 경영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사람이다. 그가 "감사 정도는 정치권 인사가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료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비판이 아닌가.

'낙하산' 중에서도 감사는 특히 말썽이 많다. 감시자는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리 밑에 숨어 수많은 정치권 인사가 이 고위직을 차지했다. 현 정권에서는 공공기관 40여 군데나 감사직이 '낙하산' 차지로 돼 있다. 낙선한 전직 의원,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대위 출신, 전직 열린우리당 당료, 전직 청와대 비서관 등등이 그들의 얼굴이다. 평균 연봉은 약 1억3000만원이나 된다.

오늘날 공공기관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경영실적은 나쁜데도 종사자들은 자신의 임금인상에는 주저함이 없다. 이런 도덕적 해이와 몰염치 궤도 이탈을 막는 일을 사장이나 감사가 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임명된 '낙하산'들은 엄격하지 못한 사고(思考)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많다. 외부인사가 필요하다면 이런 느슨한 정치권 인사보다는 임무에 철저한 중립적 인물을 골라야 할 것이다.

'낙하산' 논란에서 여당 정책 책임자들의 솔직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국면이다. 정권의 부실한 논리가 내부에서부터 막히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정권은 고언을 받아들여 '낙하산'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