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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문성길」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문성길(문성길)이후 뚜렷한 간판스타가 없던 한국아마복싱의 밴텀급이 새로운 유망주들의 대거 등장으로 황금체급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있다.
지난14일 폐막된 국가대표후보 2차선발전에서 고교생 박덕규(박덕규·경북체고3)가 「제2의 문성길」로 평가받으며 돌풍을 일으킨데이어 불과 열흘뒤 열린 제1회 회장배전국중· 고·대학선수권대희 고등부밴텀급에서는 무명의 고지수(고지수·대전체고)가 파죽의 4연속 KO승이란 놀라운 기록으로 결승에 진출, 주위를 깜짝 놀라게하고있다.
또 중등부밴텀급에서는 이제 겨우 14세인 김수영(김수영·광운중2)이 겁없는 「한방」주먹으로 KO승등을 이끌어내며 우승과함께 최우수선수로 뽑혀 기대를 모았다.
고지수는 3학년이된 이제껏 한번도 입상해보지 못한 무명중의 무명.
이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고가 파죽의 KO행진을 거듭하자 강민구(강민구·31)감독은 고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때아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2때부터 복싱을 시작한 고는 이듬해인 87년 중·고연맹회장배대회에서 플라이급 우승과함께 최우수선수로 뽑혀 장래가 촉망됐으나 대전체고에 진학한후 왼손주먹을 다쳐 이후 번번이 예선탈락이라는 쓰라림을 맛봐야했다.
왼손잡이인 고로서는 치명적이었던것.
고는 경기강마다 쫓아다니며 응원해주는 어머니께 면목이 없어 이번대회에는 아예 나오지말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눈이 좋고 되받아치기에 능한 고는 펀치력도 대단해 공격때 턱이 돌리는 단점만 보완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며 칭찬을 아끼지않는 강감독은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미완의 대기가 이제야 빛을 보게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의 경기를 지켜본 대학팀 감독들은 고의 날카로운 왼손스트레이트가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송곳같다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클래식기타 실력이 수준급인 고는 수원도청에서 근무하는 고종욱씨(고종욱·53)의 외아들.
한편 중등부의 「한방」으로 불리는 김수영은 전형적인 「헝그리복서」인데다 천부적인 사질을 타고났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제 겨우 14세지만 1m68cm·54kg의 다부진 몸매에 날카로운 눈은 범상치 않은 재목임을 쉽게 알수있게 한다.
서울 신계국민학교 4학년때인 86년 혼자 복싱체육관 문을 두드렸을 정도로 당돌한 김은 꿈 또한 야무지기 이를데 없다.
유연한 몸놀림의 이승훈(이승훈), 세계최고의 테크니션 슈거 레이 레너드, 「핵주먹」마이크 타이슨의 장점을 모두 체득해 아마뿐 아니라 프로에서도 세계를 제패하겠다며 이를 앙문다.
김은 국교6년때인 88년 당시 처음 개관한 화랑스포츠타운복싱부에 들어간 전 한국플라이급 챔피언인 김학영(김학영·40)코치로부터 착실히 기본기를 지도받으며 무서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복싱대회 출전이 처음 허용된 중1년때 제21회전국중·고신인복싱대회에서 2연속 KO승을 거두며 우승, MVP로 선정되어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김은 체육관에서도 대적할 상대가 없어 가끔 석관고등에 들러 고교선배들과 연습경기를 벌이는데 고교선수들도 김의 강펀치에 혀를 내두른다는것.
『자만이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강한 주먹에 파워가 뛰어나다보니 처음부터 상대를 누이려는 생각이 앞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침착성만 배양한다면 천하무적이지요.』
김학영코치의 걱정어린 자랑이다.
김은 10월께 헐릴 예정인 월계동의 무허가집에서도 잠자리에 들기전 10분씩 그날의 스파링에서 무엇이 잘못됐나를 반성한다고 한다. 『노력한만큼 거둬들일수 있는것이 복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답지 않은 김의 말에서 한국복싱의 밝은 내일을 본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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