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 "宋씨 구명 나설 용의 없어"

중앙일보

입력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74)교수가 송두율(59)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가진 단독 전화인터뷰를 통해서였다.

-宋교수가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를 어떻게 생각하나.

"왜 내가 그런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가. 그 질문엔 宋씨가 답변해야 한다. 宋씨는 1970년대 초 나에게 학위지도를 받은 철학자다. 당시 나는 논문에 대한 소견서를 써주었다. 이후 지난 십수년간 몇차례 그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에게 지워진 믿기지 못할 혐의에 대해 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겠는가(하버마스는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혐의가 사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어떠한 직접적인 판단을 하기엔 힘들다."

-宋교수가 지난달 21일 귀국 전 당신과 통화했다고 들었다.

"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으로 가는 것을 말렸다. 독일 국적자인 만큼 안전문제에 관해서는 주한 독일대사관을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독일 국적자인 宋씨가 일주일 넘게 변호인의 입회를 허락받지 못하고 하루 13시간을 신문받았다고 들었다. 법치국가에서 그런 일은 허용될 수 없다.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와 최근 연락했는데 그 역시 이 사건을 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宋씨가 조사를 중단하고 독일로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宋씨와는 학술적 만남 외에 개인적인 접촉을 해왔나.

"그런 일은 없었다. 왜 내가 그와 사(私)적인 교류를 해야하나."

-宋씨가 학자로서 북한의 노동당에 가입했다면 어떻게 평가하나.

"그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다. 宋씨 자신도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독일 학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이 일과 관련해 다른 동료학자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한국에 있는 宋교수와 통화한 적이 있나.

"宋씨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宋씨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해 들었다."

- 宋씨를 위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구명운동을 할 용의가 있는가.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 아직 검찰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다. 나머지 일은 독일국민을 보호해야만 하는 주한 독일대사관이 알아서 할 것이라 믿는다. 검찰조사는 법치국가의 관례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

-宋씨가 독일 국적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는데.

"아는 바 없다. 그랬다면 놀라운 일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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