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호당 부채 3백89만원/숫자로 풀어보는 「농어촌의 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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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 웃돌아/살림살이는 그럭저럭 개선추세
지난해 농어촌의 살림살이는 그런대로 개선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득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땅값 상승탓이긴 하지만 자산 증가율도 크게 높아졌다.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계속 앞지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채의 내용이 다소 개선됐고 또 부채증가중 상당부분이 지난해말 확정된 농어가 부채경감 대책에 따라 일부 자금이 상환유예된데 따른 것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소비증가율,부채중 사채 비중의 증대,고액부채 가구의 비중 상승등도 눈에 띈다.
지난 1년새 농어촌의 살림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부문별로 풀어본다.
◇소득=지난해 농가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9백43만7천원이었다. 이는 농사지은 것을 팔아 생긴 수입(농업조 수입)8백21만2천원에서 농사짓느라 든 비용(농업경영비) 2백59만6천원을 뺀 농업소득 5백61만6천원에 농외소득 3백82만1천원을 합한 것이다.
농업조 수입을 보면 쌀과 채소류의 신장세가 둔화된 반면,축산ㆍ과실류로 얻는 수입이 많이 늘었다.
쌀은 수매가인상에도 불구,일반미 시중가격이 낮았고 전년비 생산량이 다소 줄어 전년비 7.6% 늘어난 4백7만8천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쳐 농업조 수입중 차지하는 비중이 88년 52.4%에서 89년 49.7%로 떨어졌다.
한편 농업경영비는 농업기계화에 따른 농구비증가(15.7%),농촌 노임상승(22.3%) 등으로 전년비 12.2% 늘어났다.
농외소득은 임금상승 등으로 전년비 18.7% 증가,농가소득중 차지하는 비중이 88년 39.6%에서 89년 40.5%로 늘었다.
농가소득을 계층별로 보면 연간 5백만원 미만의 농가가 15.6%를 차지하고 있고 5백만∼8백만원이 29.4%,8백만∼1천만원이 17.5%였으며 1천5백만원 이상은 12.9%를 차지했다.
◇소비ㆍ문화용품=지난해 농가의 가계비는 7백6만5천원으로 전년비 17.1% 증가,소득증가율을 다소 웃돌았다. 음식물ㆍ광열수도비등 기본적인 경비의 증가세가 낮은 반면,관혼상제(39.1%증)ㆍ교제증여(29.6%)에 들어가는 돈이 크게 늘어났다.
문화용품의 경우 냉장고(농가 1백 가구중 96.5) 전화(95.0) 전기밥솥(92.8) 가스레인지(91.1) 등은 거의 모든 농가가 다 갖추고 있고 컬러TV도 88년 1백가구중 69.7대에서 89년 83.5대로 늘어 대부분이 장만했으며 세탁기도 보급률 증가(17.9→26.7)가 두드러졌다.
어가의 보급률은 더욱 높아 컬러TV는 98%가 갖췄으며 냉장고ㆍ전화ㆍ가스레인지가 97∼94%,세탁기도 38%(88년 13%)가 갖추고 있었다.
◇자산ㆍ부채=지난해 농가의 가구당 평균부채는 3백89만9천원으로 전년비 24.5% 늘어 88년의 전년비 증가율(31%)보다는 적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주로 농지 및 농기계 구입의 증가와 농어가 부채 경감대책에 따라 상호금융자금과 중장기정책자금이 상환유예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내용을 보면 농지ㆍ농기계ㆍ소등을 사는데 들어간 생산성부채가 전년비 26% 늘어난 2백52만4천원으로 농가부채중 생산성 부채비중이 88년보다 다소 증가(64%→64.7%)했다.
한편 어가부채는 양식가공시설에 들어간 부채가 급증(전년비 1백66.2%)한데 따라 전년비 38.2%(88년은 마이너스 6.1%)가 늘었다.
농가부채중 사채는 작년에 88년 대비 30.9% 늘어난 62만7천원으로 구성비(16.1%)도 88년까지의 감소추세(87년 21.5%→88년 15.3%)에서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부채를 규모별로 보면 전혀 부채가 없는 농가가 전체의 18.8%를 차지했고 1백만∼4백만원 사이(32.9%)가 가장 많았으며 1천만원이상 부채를 진 농가도 11.3%나 돼 88년(7%)보다 상당히 늘어났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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