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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문 경호업체 보유 병원’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강남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안 모 원장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자들의 컴플레인으로 숨이 막힌다. 미용진료과목의 특성상 의료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하루걸러 하루 이어지는 항의와 협박으로 잠이 안 올 지경. 얼마 전 성형시술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병원을 점거하고 용역업체를 사들여 협박을 하는 등에 시달리자 결국 그는 경호시스템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환자와의 의료분쟁으로 인해 안 씨와 같이 경호받는 강남의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의 경우는 미용진료과목이 집중되어 있다보니 의료분쟁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시술이 미용을 목적으로 하며 생명과 크게 관계가 없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과목 진료의 특성상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결국 의료분쟁으로 까지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병원에 대한 협박과 폭력 등을 일삼는 경우도 적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공제회에 접수된 의료사고는 총 583건. 접수된 의료사고만 하더라고 일년에 600건에 달하는 만큼, 분쟁도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에 따라 강남구의사회에서는 지난 6월 경호업체 에스텍시스템과 ‘경호 노타임 콜센터’를 구축하고 경호서비스에 들어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의료분쟁과 관련해 환자가 병원시설을 점거 하거나 진료 방해 행위를 하는 등의 곤란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경호회사가 나서 협의를 진행하는 등을 비롯한 적절한 대응을 해 준다는 것.

과거에도 의사협회 공제회나 보험사 등의 특약서비스로 경호업체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의료 분쟁이 잦은 강남구의사회에서 회원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회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호요원 출동 시 비용만 부담하면 강남구의사회 회원 누구나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호응이 뜨겁다고 강남구의사회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의사가 혼자인 의원급의 경우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경호 시스템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만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큰 장점이라는 것.

실제로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모 의원 관계자는 병원 앞에 ‘전문 경호 업체 보유 병원’이라는 스티커가 하나 붙었을 뿐인데, 환자들의 항의가 왠지 조심스러워 진 것 같다고 말한다. 심한 욕설이나 무리한 협박 등의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같이 의사들에게 안전한 보호막이 생기긴 했지만, 무엇보다 의료분쟁 발생은 일단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병·의원 전문 경호업체에 따르면 병원들의 경호요청이 일년에 100%에서 많게는 20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경호업체의 도움을 받아 수습을 한다고 하더라고 후유증으로 인한 병원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

집기 등의 훼손만이 아니라 병원의 이미지 실추에 따른 피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모 미용클리닉의 경우 환자들 앞에서 경호원이 출동하는 등 의료분쟁의 몸살을 앓고 난 후 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 환자들이 가장 몰리는 진료시간에 이 같은 분쟁에 시달린 후 입소문이 나 환자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호서비스는 다만 일시적인 대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만큼 환자들과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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