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명복 빌며 '안전 지하철'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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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월 방화참사 이후 8개월만에 대구 지하철 1호선이 중앙로역 무정차를 제외한 전구간이 개통된 21일, 대구시민들은 지하철 개통을 무척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애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로역을 통과하면서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1일 아침 출근길에 신기역에서 교대역까지 대구지하철을 탑승했던 우모(24.여.대구교대 3년)씨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보려고 중앙로역 쪽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씨는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학교동료나 시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런 생각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이후 대구지하철이 동대구~교대역 사이에는 운행이 중단되면서 셔틀버스가 대체 투입됐지만 등교길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우씨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때는 학교까지 최소 1시간 이상 걸렸으나 중앙로역을 제외한 지하철 전구간 개통으로 30분만에 학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 시간에 만난 석기원(55)씨는 "고인들을 생각하면 저려오는 마음을 어쩔 수 없지만 중앙로역을 제외한 전구간 개통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로역 무정차 통과에 대한 외부인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었다. 21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열차운행과 시민들의 표정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던 부산 동아대의 박정훈(21)씨.

방송국에서 VJ(비디오자키)로 일하는 박씨는 "중앙로역을 통과할 때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과 함께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대구역 등 역에 들어서는 전동차의 모습과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구시민들의 표정 등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대구지하철 공사 직원들도 전구간 운행이 반가운 표정들이었다.

교대역 역무원 박성찬(34)씨는 "전구간 운행재개로 교대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아직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서 기분이 썩 개운치는 않다"며 "이번 개통을 계기로 대구지하철이 안전 최우선의 지하철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지하철공사 이훈(李薰)사장은 오전5시20분 첫 전동차를 대곡역에서 탑승, 중앙로역을 거쳐 동대구역까지 가며 승객들을 위로하고 안전을 약속했다.

지하철공사측은 또 이날 오전 9~10시 사이 중앙로역을 통과하는 20대의 전동차에서 승객들에게 희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묵념을 하자는 안내방송을 했다.

이날 승객수는 오전 9시를 기준할 때 지난 주의 1만4천명보다 35%가량 늘어난 1만9천여명으로 집계되면서 승강장 일대는 다소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사고이전의 3만1천여명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연결된 롯데백화점과 동호지구 아파트 입주로 조만간 사고이전의 하루 15만명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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