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도 정치의식 심어주는 교육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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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베를린 장벽의 철폐는 여성운동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과 주한 독일문화원주최 「한독 여성의 정치적 지위와 발전전략세미나」(16∼17일)참석차 서울에온 율리아 딩보르트 누섹(69·전 니더쟉센주 국립중앙은행총재), 유타 폰 림바흐(56·서베를린시법무장관), 에바 마리 폰 뮌히(닭·언론인) 박사로부터 독일 여성계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림바흐=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베를린지역에서부터 동·서독간의 여성교류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법학을 전공한 여교수들이 함께 연구그룹을 만들어 양국간의 가족법 차이등의 연구에 착수했지요. 저도 그 회원중 한사람입니다.
동독은 결혼후 재산을 공동으로 하는 반면 서독은 소유재산을 분리해 관리할 수 있고 공동재산도 이혼·사별시 기여도를 평가해 각자의 몫을 나눌 수 있는등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현재 이같은 차이를 합리적으로 극복하고 하나의 가족법을 만들수 있는지 연구중입니다.
▲누섹=동독 여성들은 90%이상이 직업을 가지고 있고, 탁아소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서독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탁아시설이 뒤떨어지고 가전제품도 부족해 근로여성들의 육체적 부담이 크지요.
▲림바흐=동독은 특히 아직도 「남편이 가정을 책임진다」는 의식이 뿌리박혀 있어요. 따라서 남편은 가부장적 권한을 누리는 반면 여성은 가정과 직장의 2중노동으로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지요.
▲뮌히=베를린 장벽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전화·텔렉스등 실질적인 교류를 돕는 설비가 갖춰지지 못했어요. 베를린지역에 국한돼있는 동·서독여성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것부터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누섹=동독의 경우 자녀교육이 완전 제도화돼있어 여성직업활동기회가 넓지만 여성 스스로 의식이 깨어 쟁취한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동인력의 배치」결과로 얻어진것이지요.
작금의 평화적 혁명에 동독여성들이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권리를 인정 받아야합니다.
▲림바흐=독일연방의회 대의원중 15.4%가 여성이고, 서독 경제계에서는 5만1천명의 간부직 가운데 4%가 여성입니다. 여성을 어머니 역할에만 국한시키려했던 나치정권이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켜 패배함으로써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뮌히=최근 독일에서는 여성해방운동이란 단어가 퇴조하고 있어요. 공격적인 의미가 있는데다가 그간 상당한 성과도 거둬 표현법이 달라졌어요. 반면 여성들의 의식이 더욱 향상돼 이제 녹색당·사회민주당등의 정당활동을 통해 여성정책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림바흐=결국 남녀평등을 이루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또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봅니다. 딸에게도 정치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 어머니등 모두의 책임입니다. 결국 여성문제는 이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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