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나 몰라'보다 도움 줘야 독립심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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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우기를 예로 들어보자.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 아기는 혼자 재워야 하나. 아니면 엄마 아빠와 함께 자고 싶어 하면 함께 자도 되나.

아기 때부터 독립성을 키우고 싶어 하는 서양인들은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아가야 잘 자라"하며 저녁 7시에 아기를 요람에 놓고 나간다. 아무리 울어도 방문 밖에 서서 "엄마 여기 있다. 안심해"하기만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 아이를 혼자 재우는 가정이 많다. 나의 경험으로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고 싶어 하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 정에 굶주린 아이는 낮 동안 채워지지 않은 사랑을 자면서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원장을 하고 있는 제자 중 한 명은 "아이는 영유아기에 부모로부터 일정량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것 같다. 그 양이 채워지지 않으면 계속 주변의 어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별별 행동을 다한다"고 말한다.

동감이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독립심이나 자율성을 갖기 전에 어른, 특히 부모에게 의존하는데 그대로 받아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존해서 도움을 받아본 아이가 독립도 빨리 한다.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 모든 걸 잘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에 엄청난 갈등이 발생한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항상 실수하고 틀리면서도 계속 스스로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빨리 학습궤도에 진입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기대와 부딪친다. 어른들은 이들의 독립심 추구욕구를 이해해 주는 동시에 필요한 시점에 도움을 주어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도움을 주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너의 장래에 좋아" 하며 무조건 시키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하는 과정을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바른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다. 전자는 쉽고 효과는 즉각적이다. 후자는 인내심, 관찰력, 판단력이 필요해서 힘들다. 그러나 이렇게 자란 아이는 커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며 살 줄 알게 된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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