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ㆍ수ㆍ축협 직선 막바지 점검/저마다 “민주화 주역” 각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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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직관리상 현회장 다소 유리/농협/후보4명 우열 점치기 어려워/수협/명의식ㆍ강성원씨 맞대결 팽팽/축협
회원 조합장들의 직선으로 실시되는 농ㆍ수ㆍ축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설 입후보자등록이 10일 수협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협동조합,더욱이 거대한 금융기관 성격까지 갖고 있는 농ㆍ수ㆍ축협중앙회장을 직선으로 뽑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민주화 열풍 속에 결정된 직선제 회장의 첫 대권을 향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참신한 인상을 찾기 힘들다.
현 회장들이 모두 민주화시대의 주역을 자임하고 다시 나섰고 나머지도 전직회장ㆍ임원이거나 관련기관단체에 몸담았던 터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느낌.
18일 실시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한호선 현 회장과 윤근환 전 농림수산부장관,반성우 전 농협이사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당초 한ㆍ반 양씨가 2파전을 벌여왔으나 막바지에 윤씨가 출마를 선언,대결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1천4백70개의 회원 조합이 있는 농협은 조직관리에 현 회장이 큰 이점을 누릴 수 있어 한씨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으나 농협중앙회장을 2대에 걸쳐 역임하고 농림수산부장관까지 지낸 윤근환씨가 과거 자신을 따르던 조직과 지명도,전남ㆍ북표 등을 무기로 경쟁에 참여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반씨는 농협이사 재직 때 청렴한 행동과 합리적인 성격으로 좋은 평판을 받았지만 88년 국회의원 출마(민정당 거제지구당위원장)를 위해 농협을 떠나 있어 지명도에서 한ㆍ윤씨에 떨어지는 것이 큰 약점.
서울ㆍ경기ㆍ강원 지역에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한씨는 현 직회장의 이점을 사려 그동안 지방순시,당선 조합장 연수시 특강 등을 통해 표밭을 다져왔다.
대외농업협력강화,남해화학의 정부지분 농협인수 등을 주요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5공시절 전경환씨와의 각별했던 관계가 약점으로 들춰지기도 한다.
결국 누구도 과반수를 얻지 못할 때 1,2위 득표자가 치를 결선투표가 어떤 구도로 펼쳐질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
현재 3후보간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한씨는 윤ㆍ반 누구와도 연합이 불가능할 것 같고 윤씨의 돌연한 출마로 사이가 다소 벌어지기는 했지만 윤ㆍ반씨의 연합은 상당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9일 선거를 치르는 수협은 박희재 현 회장과 이종휘 전 부회장,홍종문 전 회장,신석봉 경남정치망조합장등 4명이 입후보했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이 73명(회장1표는 별도)에 불과,치열한 포섭전을 벌이고 있는데 출신지역도 저마다 다르고 인적관계도 복잡하게 맺어져 있어 누구도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수협의 회원조합들이 조합수가 적은 만큼 농ㆍ축산쪽보다 규모도 큰 데다 후보 난립으로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과반수 득표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 선거과정에서의 이합집산이 자연스레 점쳐지고 있어 이에 따른 선거후유증도 우려된다.
축협은 당초 예상대로 명의식 현 회장과 강성원 전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이 13일 선거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양후보는 전국을 일주하며 지지를 호소,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명씨는 화려한 관료경력을 배경으로해 가축시장의 축협이관을 내세우고 있으며,강씨는 우유체화ㆍ축산물개방 등에 따른 어려움을 들어 축산인이 축협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됐다는 분석.
농ㆍ수ㆍ축협의 선거규약에는 선거운동이 극도로 제한돼 공고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선관위가 투표권자에게 사진ㆍ약력과 조합운영에 관한 소견을 담은 선거공보를 보내고 투표직전 10∼20분간 소견발표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선거와 관련,금품ㆍ향응이나 공ㆍ사직의 제공ㆍ청약 약속은 물론 할 수 없고,호별방문이나 특정장소에 회합도 불가능한데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지,선거로 생길 「협동조합」내부의 「불협화」를 어떻게 다스릴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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