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화재/“이름­위치 13곳 잘못됐다”(주말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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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선ㆍ일제때 고증없이 멋대로/신라문화동인회 논문서 지적/흥륜사지는 영조사지/안압지는 월지가 분명/효소왕릉도 장소 달라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국보급 문화재 가운데 조선조시대 잘못 알려졌거나 일제침략기 일본인들이 학술적 연구조사 없이 멋대로 지은 「일제」이름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주향토사가들의 모임인 신라문화동인회(회장 윤경렬)는 「잘못된 문화재지정 재고증으로 바로 잡아야한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현재 경주에 있는 신라문화유적지 가운데 13곳이 조선시대나 일본인들이 장소 지정을 잘못했거나 이름을 멋대로 붙여 사실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향토사가들이 잘못된 곳으로 지적한 유적지는 흥륜사지ㆍ영묘사지ㆍ서출지ㆍ삼화령ㆍ금광사지ㆍ불무사지ㆍ상생사지ㆍ진덕왕릉ㆍ신문왕릉ㆍ효소왕릉ㆍ진지왕릉ㆍ문성왕릉의 합장실인 용강동 고분과 안압지 등 13곳이다.
논문에 따르면 36년 2월 사적 제15호로 지정된 경주시 사정동 281의1 흥륜사지는 일본인들이 부근의 지명이 흥륜들이란 이유로 학술적 고증도 없이 멋대로 붙인 이름이며 실제는 영조사지로 붙여져야 옳다.
신라문화동인회는 76년 2월 흥륜사지를 답사해 「영묘지사」란 글씨가 새겨진 기와조각을 현장에서 발견했으며 영묘사는 지금의 남천교 하류에 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영묘사터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흥륜사지의 실제 장소는 미추왕릉의 서쪽에 흥륜사가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흥륜들 중앙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경주시 소정동 70 현경주공고 자리라고 주장했다.
36년 2월 사적 제18호로 지정된 경주시 인왕동 안압지의 경우도 신라때 본 이름이 월지인데도 조선조 성종때 뚜렷한 이유없이 안압지로 이름이 바뀐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문무왕 14년 궁궐안에 못을 팠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보아 신라 최대의 못이 월지가 분명하고 안압지 발굴조사에서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음각된 토기가 발견돼 이미 고증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주시 남산동 973 사적 제138호로 지정된 서출지는 서출지 남쪽 2백미터에 위치한 양기못이란 작은 못을 문화재로 잘못 지정한 것으로 이 논문은 추정하고 있다.
금광사지는 현재의 위치가 아니라 경주시 탑동 나정남쪽에 있는 옛금광못자리며 사적 제181호로 지정된 경주시 배반동 435의 1 신문왕릉도 사기에 「양산 동쪽에 장사하였다」로 기록돼 있는데도 실제위치는 양산남쪽에 자리잡고 있고 돌난간이나 또다른 석물이 없어 신라시대 왕릉의 묘제와는 맞지 않는다.
이 논문은 이밖에 경주시 조양동 산8 사적 제184호로 지정된 효소왕릉도 사기에는 경주시 배반동 망사의 동쪽에 장사했다는 기록과는 다른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사기에 기록된 곳에는 신문왕릉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신라문화동인회 회원인 함종혁씨는 『경주문화재 지정에 문제가 많아 후세에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죄의식을 갖고있다』며 『이를 과감히 시정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이건무 고고부장은 『이미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도 있으나 동인회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고 밝히고 『전문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거쳐 올바른 이름을 찾아내는 일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경주=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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