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진정 “묘수찾기”/파리서 개막된 선진7국 재무장관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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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고금리가 세계경제침체 초래/각국 이해얽혀 뚜렷한 결론은 어려울듯
○일본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등 세계경제의 주요 현안을 다루기 위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이 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돼 이틀간에 걸친 회의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의 워싱턴 회담이후 7개월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는 미ㆍ일ㆍ독ㆍ불ㆍ영ㆍ가ㆍ이등 7개 선진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가 참석,주요통화간 환율문제,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문제,인플레와 금리문제등 세계경제의 주요 의제를 중점 논의하게 된다.○
이번 회담에선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이곳 관측통들이 지적하고 있다.
85년 9월의 플라자협정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던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은 88년말의 달러당 1백21엔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89년말에는 달러당 1백40엔선을 회복했고,특히 올들어서는 3개월새 달러당 20엔이 오르는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최근에는 달러당 1백60엔선을 넘고 있다.
반면 서독마르크화의 대미달러환율은 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달러당 1.7 도이치마르크선에서 안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최근의 환율문제는 달러화의 고평가에 있는것이 아니라 엔화의 저평가에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달러화의 평가조절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던 그동안의 G7 재무장관회담들과는 달리 엔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첫번째 회담이 될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엔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는 세계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엔화의 평가절하를 막기위해 여러차례 재할인율을 인상,지난해말 일본의 시장금리는 연7.6%로 1년새 무려 배가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이 계속 급격히 뛰어오르자 일본은행은 지난달 20일 재할인율을 4.25%에서 5.25%로 한꺼번에 1%포인트나 인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금리 정책은 일단 불이 붙은 엔화의 가치하락을 제어하지 못하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부작용만 낳았을 뿐이다. 최근의 동경증시 폭락사태가 그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고금리정책은 세계적인 금리인상효과를 가져와 최근들어 기지개를 켜고있는 세계경제를 또다시 침체국면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이와관련,이번 G7회담에서 브래디 미재무장관은 엔화의 평가절하를 방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이상의 금리인상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엔화의 평가절하를 방치할 경우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 향상에 따른 수출증가로 그동안 어렵사리 축소시킨 일본의 무역흑자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날것을 염두에 두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이번회담에 참석한 정책 책임자들이 처한 딜레마다.
86년 경우 연간 8백70억달러를 기록했던 일본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5백70억달러로 크게 줄었지만 지금과 같은 엔화 약세추세라면 조만간 과거수준을 되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엔화의 평가절하 문제외에도 이번 회담에서는 동ㆍ서독 통화통합문제도 주요의제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 참석하는 각국의 이해가 서로 다르고,같은 나라내에서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의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의견조정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것 같다.
브래디 미재무장관이 조속한 경제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그린스펀 미연방위 위원장은 인플레 억제를 우선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는 통화정책이나 통화통합을 둘러싸고 일본과 서독에서도 발견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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