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사퇴 '시위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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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총통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만 시위대가 15일 수도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위 지도부는 가오슝.타이난 등 전국으로 시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AP=연합뉴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대만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 15일 100만 명이 천 총통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이튿날인 16일 총통 지지세력 15만 명이 맞불 시위를 벌였다. 사퇴를 주장하는 야당인 국민당의 '란잉(藍營)'과 이에 반발하는 여당 민진당의 '루잉(綠營)'으로 대만 사회가 사실상 두 동강 난 것이다.

총통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는 대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위는 5월 총통의 사위인 자오젠밍(趙建銘)이 주식 내부거래로 거액의 불법이득을 본 혐의로 구속된 이후 총통 가족과 측근의 비리의혹 10여 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확산됐다.

타이베이 중심부에서 열린 천 총통 지지 시위에서는 반대 측과 충돌이 일어나 5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만만보(臺灣晩報)는 "민진당이 당은 물론 정부까지 총동원해 관제 시위를 벌이기로 하는 바람에 양측의 유혈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에는 100여만 명의 시위대가 타이베이의 총통 관저인 총통부(府) 부근 5.5㎞를 에워싸고 총통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대만 시위 사상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 수천 명은 오전 4시까지 총통부 부근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100만 국민 반부패 운동본부'는 17일 "앞으로 제2 도시인 남부 가오슝 등 전국 주요 도시로 시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시위대가 폭력사태를 야기하면 진압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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