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 전공 “식물인간”/“요양 1년지났다” 근무강요 한달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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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맨홀 전화케이블 작업 50대
한국전기통신공사 소속으로 전화선 연결작업을 하다 납에 중독된 전공이 치료가 안된 상태에서 1년간의 요양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사측으로부터 출근을 통보받아 출근한지 한달만에 중독증세가 악화돼 식물인간이 됐다.
고려대부속 혜화병원에 입원중인 한국전기통신공사 혜화전신전화국소속 정태문씨(56)는 지난 69년부터 맨홀속에서 전화케이블을 납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입사5년만인 74년부터 소화가 안되고 손발이 마비되는 납중독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씨는 공사측이 1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정기신체검사에서 『납중독 증상이 있으니 작업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공사측이 산재처리를 해주지않아 10여년동안 계속 맨홀속에서 케이블을 연결하며 납을 만져왔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2월 도저히 작업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되자 1년기간의 요양신청을 낸뒤 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해 집에서 요양해 왔다.
정씨는 도저히 작업할 수 없을 정도의 건강상태였지만 공사측으로부터 『1년간의 요양기간이 지나면 휴직으로 처리돼 월급이 절반으로 줄고 다시 1년이 지나면 해직』이라는 통보를 받고 지난달 17일부터 무리해 출근을 시작했으나 한달만에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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