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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외국 정상 일화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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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얼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상도동 자택 인근에 있는 강남초등학교에서 학생.학부모.교사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지역 사회 어른을 초청해 말씀을 듣고 싶다"는 이 학교 '평생교육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 러시아 모스크바대를 비롯한 세계의 유명한 학교에서 연설을 해 봤지만 이런 자리에 서니 대단히 기쁘다"고 인사했다.

◆ "고교 때 성적은 중간보다 밑"=김 전 대통령은 학창 시절 반장이나 회장을 해봤느냐는 초등학생 질문에 "반장도, 급장도 못해 봤고 고교.대학 때 성적은 중간보다 조금 밑이었다"고 답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해준다는 취지로 대통령 재임 시절 만났던 외국 정상들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 도중 부인 손명순 여사를 '맹순이'(명순이의 경상도 발음)라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다음은 김 전 대통령이 밝힌 에피소드의 요지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함께 사열을 하는데 쓰러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암 투병 중이었다. 응급 치료를 받은 뒤 돌아왔다. 한 시간 반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사실상 내용은 다 합의된 것이니 30분 내로 끝내자'고 했더니 '아니다. 마지막까지 하자'며 2시간 이상을 강행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답방 때 아픈 몸으로 공항까지 나왔더라. 100필이 넘는 말이 차를 호위해 대통령 궁으로 가는데 이 말이 파리 시내에 똥을 엄청 눠 걱정되고 미안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세계 정상 중 감옥에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이다. 27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 오랜 기간을 버틴 비결이 맥주라고 하더라. 당시 감옥에서 토요일이 되면 남아공 맥주를 한 병씩 줬단다. 매일 '맥주 먹는 날이 며칠 남았나'하는 생각으로 27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내가 급히 남아공 맥주를 구해 오게 했다. 한잔 따라주니 맛을 보고선 '그래 이 맛입니다'하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더라. 나는 가택연금을 3년 당했는데 견디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우리집엔 '맹순이'하고 나하고 둘 뿐인데 하루 12시간씩 할 말도 없지 않은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클린턴과는 재임 중 20여 차례 전화로 별 얘기를 다할 정도로 한.미 정상이 가까웠다. 힐러리와의 결혼 스토리를 물으니 클린턴이 설명하려는데 힐러리가 '당신 가만있어라. 그 얘기는 내가 할 거다'며 나섰다. 예일대에 다닐 때 힐러리는 늘 도서관 창가 자리에서 공부했는데 클린턴이 공부는 않고 매일 자기를 바라봤다고 한다. 하루는 힐러리가 찾아가 '왜 귀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공부는 않고 나만 보냐'고 말했다. 클린턴 얼굴이 새빨개졌고 이때부터 만남이 시작됐다더라. 클린턴은 고교 때 백악관을 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를 했던 것이 대통령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경주에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서로의 결혼 얘기가 나왔다. 호소카와가 대학 때 프러포즈를 했는데 상대방이 싫다며 자기를 차버렸다고 한다. 그 후 국회의원에 입후보해 낙선했는데 호소카와의 집안이 좋아 아버지가 세계일주나 하라고 돈을 줬다. 런던에 갔는데 거리 저쪽에서 걸어오는 여자가 일본 사람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까 자기가 프러포즈했던 여자라는 거다. '당신 결혼했느냐?' '안 했다' '운명이다. 결혼하자'. 이러고 일본에 돌아와 곧바로 결혼했다고 하더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92년 대선을 앞두고 만났다. '한국에 대선 후보 TV토론이 있느냐'고 묻기에 '법에는 없지만 할 생각'이라 답했다. 그랬더니 '8%나 앞서는데 뭣 때문에 하느냐. 지고 있는 사람이 혼동을 시키려 하는 것을 왜 따라가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이거 안 하겠다고 했다. 당에 바로 그만두라고 지시했다."

▶YS 결혼 일화="나는 23살 때 결혼했다. 집에서 하도 선을 보라고 해 마산에서 하루에 세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 집사람이 끼어 있었다. '두 번은 안 본다'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어느 날 마산의 처가로 찾아갔다. 모두 놀랐는데 제일 놀란 게 '맹순이'다. 3개월 사귀다 결혼했고 바로 첫 애를 뱄다. 내가 대통령 당선됐을 때 내 백일사진이라고 TV에 나왔는데 그게 실은 큰애 사진이다. 내가 백일사진이 없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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