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이젠 국민 목소리 귀 기울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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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명(사진) 전 외무부 장관은 11일 전직 외교관들이 전작권 환수 중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국가 안위와 외교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북한과 미.일을 상대로 북한 핵문제를 다뤘던 원로급 인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직 외교관들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 왜 집단행동을 하게 됐나.

"역대 국방부 장관과 4성장군들이 나서서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모습을 봤다.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이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노병들이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라는 것을 정부가 알아 달라."

-전작권 단독 행사에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보유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다음은 핵실험이라고 나서는 상황이다. 북은 스커드 미사일을 500~600기 보유하고, 수백 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남한을 쑥밭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대북 억지력이 다 무너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를 주권과 자주로 풀어나가는 입장인데.

"국제정치를 현실보다 이념적으로 보는 게 아닌지 생각된다. 또 전작권 단독 행사가 주권.자주를 되찾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권과 상관없는 전쟁 수행 때의 '효율성 문제'다. 연합사 체제는 전쟁상황 돌입 시 한.미 대통령이 우선 협의하게 규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연합'이지, 미군이 행사하고 우리는 어깨 너머로 구경만 하는 게 아니다."

라이트 코리아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옆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기를 기대하는가.

"노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원칙은 합의하되 시행을 미루는 지혜를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정부가 한발짝 물러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76년 대선 공약으로 주한 미군 철수를 내걸었다. 공군.해군력은 두더라도 지상군을 빼낸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한국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덕분에 8000여 명의 병력만 이동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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