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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 “봉쇄” 맞서 다섯차례 정회 소동/진통 거듭한 국회본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방교부세법만 폐회직전 변칙 처리
폐회를 하루앞둔 15일 열린 국회본회의는 지자제선거법때문에 야당측이 다른 안건 처리도 봉쇄,오후 2시부터 밤 11시45분까지 다섯번의 정회사태속에 진통을 거듭했다.
지방의원선거법 처리문제로 충돌을 빚은 내무위가 공전된 가운데 개의된 본회의는 이미 각 상임위에서 여야합의로 넘겨진 19건의 법안및 동의안을 처리키로 돼 있었으나 이중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단 1건만이 그나마 변칙으로 처리됐을 뿐이다.
○…민자당은 지방의회선거법안등을 처리하려 했던 내무위가 평민당의원들의 방해로 공전되자 일단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를 통과한 농어촌발전 특별조치법안등 민생법안과 국제인권규약 가입동의안등 인권관계안건등 19건의 처리를 시도.
이에대해 평민당은 지난해 「12ㆍ15 대타협」을 통해 1노3김이 약속한 지방자치제 실시의 「약속이행」없이 안건심의에 응할 수 없다며 회기연기를 주장하면서 의사진행을 지연.
오후 7시35분에 속개된 다섯번째 회의에서 유인학의원(평민)이 제안한 회기연장 동의안이 1백58대72로 부결된 뒤 김재순의장이 첫번째 본안건인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의 심사보고를 김홍만의원(민자)이 하도록 요청.
이 순간 채영석의원을 선두로 20여 평민의원들이 『약속지켜』 『심사못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곧바로 단상을 에워쌌고 민자당석과 잠시 설전을 벌이자 김의장은 10분만에 총무간 절충을 요구하며 서둘러 정회 선포.
○…이미 여야간 총무절충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듯 양측은 수석부총무끼리의 형식적 회동을 끝내고 정회 1시간50분만인 10시5분에 여섯번째 회의 속개.
김의장이 『총무간 합의가 안됐으므로 국회법에 따른 의사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 『김홍만의원 설명하라』고 자못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과 동시에 이협부총무등 평민의원 10여명이 재차 단상 점거.
김의원도 심사보고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려다 이를 제지하는 김영진평민당의원등과 20여분간 서로 맞붙어 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민자당의원들도 여기 저기서 일어나 『막지마』등 고함과 삿대질로 김의원을 응원.
결국 김의원은 단상앞 10여m 앞에서 마이크없이 약식 심사보고를 마쳤으나 속기사들이 이를 받아 적지 못해 크게 당황하는 해프닝을 연출.
또 김의원 심사보고중 황성균의원(민자)이 단상의 평민의원들을 향해 『야 임마,총이 있으면…』 운운하자 단상의 정상용의원이 『살인마의 하수인 xx』라며 돌격하다 동료의원들의 만류로 저지되는등 아수라장.
그러나 졸속 심사보고후 김의장은 『가부를 물어야 하나 분위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의사진행을 포기,자신의 의자에 등을 파묻고 앉아 한시간여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수차례 걸친 정회소동과 긴 회의시간으로 지친 듯 평민의원들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여야의원 모두 침울할 정도로 가라앉은 분위기.
밤 11시45분 김종필최고위원,박준병대행,당3역의 긴급구수회의 직후 김동영총무가 분주히 김의장 자리를 왕래하더니 김의장은 갑자기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아까 있었던 김홍만의원의 심사보고에 이의없느냐』고 묻고 『이의없다』는 민자의원들의 대답에 개정법률안 통과를 선포하고 바로 산회를 선언.
김의장의 진빼기작전에 맥을 놓고 있다 허를 찔린 평민당의원들은 고함과 욕설을 퍼붓고 퇴장,평민당의원실로 가 대책논의에 참여.
○…평민당은 본회의산회직후인 15일 자정무렵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오전 의총에서의 결정대로 철야농성을 강행하기로 하고 농성에 돌입.
김대중총재는 총재실에서 부총재등 당직자들과 와이셔츠차림으로 책과 신문을 읽거나 가끔씩 눈을 붙였고 의원들은 원내총무실과 의원실에서 바둑을 두거나 환담하며 시간을 보냈다.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ㆍ의사일정변경동의안 제출과 제안설명및 가벼운 몸싸움과 입씨름만으로 본회의가 사실상 봉쇄된 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여기면서 『모양새 나쁘지 않게 잘 된 것 같다』 『이 정도라면 구태라고 비난받지 않겠지』라는 등 자위.
조세형정책위의장은 평민당측이 의사진행 지연(필리버스터링)을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소야이기는 하나 우리의 협조없이는 단 한건도 처리할 수 없음을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설명.
한편 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는 동안 당사에서는 국장급 당료들이 모여 철야동조 농성.<이재학ㆍ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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