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자부 유개공/송유관공사 주도권 다툼(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동자부 직원이 국회서 손찌검… 큰 파문/“공사설립 속셈 따로 있다” 유개공 반발
임시국회가 개회중인 13일 낮 국회동자위(위원장 황낙주)에서 동자부의 한 사무관이 석유개발공사 최성택사장(60ㆍ육사11기)의 뺨을 두차례 때린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빚고있다.
일개 사무관이 왕년의 거물이자 나이로도 부친뻘인 최사장을 폭행했고,사태의 이면에는 송유관 사업주도권을 둘러싼 동자부와 유개공간의 알력이 숨어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우발적 폭행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구나 평민당의원들은 이를 민자당 출범이후 드러난 행정부의 국회경시 풍조로 몰고갈 기세다.
피해자격인 유개공측은 14일 오전9시30분 서울 논현동 본사10층 강당에서 부장급이하 직원 2백50여명이 참석한 규탄대회까지 개최,성명서를 통해 ▲이봉서 동자부장관의 공식사과 ▲배후 규명 ▲송유관사업의 유개공 반환을 요구하고 나서 파문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문제의 사건은 13일 오후2시30분쯤 국회의사당 5층 동자위 소회의실에서 벌어졌다.
최사장이 안병화(한전)ㆍ문희성(가스공사)ㆍ안필용(석탄공사)ㆍ윤승식(광업진흥공사)씨등 동자부 산하 기관장들과 함께 상임위 개회를 기다리던중 황낙주 위원장이 들어와 『오늘 회의는 없다. 내일 일정은 추후 알려주겠다』고 통보했고,기관장들이 막 자리를 뜨려는 순간 동자부 석유수급과의 박태원 사무관(33)이 불쑥 소회의실에 뛰어들어 『유개공 최사장』이라고 소리친 뒤 최사장의 뺨을 두차례 후려쳐 안경이 카핏바닥에 떨어졌다.
최사장은 미처 대꾸할 경황조차 없이 당했고,박사무관은 안한전사장등의 제지와 호통속에 1분여만에 끌려나갔다가 놀란 황위원장에게 위원장실로 불려들어가 한바탕 꾸지람을 들은뒤 동료직원들에 의해 회의실을 떠났다.
유개공측은 박사무관이 폭행 15분전쯤 최사장 출석여부를 확인했고,황위원장의 꾸중을 듣고 나오면서도 『내가 고발돼도 좋은데,최사장이 그럴수 있어』라고 고함쳤다며 우발적 행동이 아니었다고 주장.
○…졸지에 망신을 당한 최성택사장은 노태우대통령의 육사동기이며 전두환전대통령,김복동ㆍ손영길씨와 함께 육사11기의 선두주자로 대령ㆍ장군진급이 가장 빨랐던 인물.
최사장은 84년 예편후 도미,후버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다가 귀국해 86년1월부터 이원조씨 후임으로 유개공사장직을 맡아왔다. 사건의 발단이 된 송유관사업 주도권 문제는 얼마전 동자부가 그간 사업을 추진해온 유개공측을 갑자기 배제하고 별도로 정부출자의 대한송유관공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석유수송을 안전ㆍ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묻는 송유관사업은 지난 85년 7월부터 유개공 주축으로 추진돼오면서부터 그간 유개공과 정유사,또 상위 정유사(유공) 하위사(쌍용)간의 건설및 향후 운영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계속 말썽을 빚어왔다.
그러나 지난해말쯤에는 서울∼대전 구간은 유개공이 건설ㆍ운영등을 주도하고 나머지 대전∼울산,대전∼여수간은 5개 정유사가 각각 지분에 참여해 운영을 맡게된다는 선에서 어느정도 합의를 이룬 상태였는데 갑자기 동자부가 이에 제동을 걸고 별도의 대한송유관공사를 설립하는것으로 방침을 바꿨던 것.
대한송유관공사는 상법상 주식회사형태이나 동자부가 석유사업기금으로 51%를 출자,주도권을 갖고 있으며 5개 정유사와 2개 항공사가 7%씩 공동참여하는 형식으로 돼있다.
동자부는 이처럼 방침을 바꾸면서 어차피 석유사업기금으로 출자할건데 유개공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해 이자부담을 발생시킬 필요가 없고 이미 2개의 자회사를 두고있는 유개공에 향후 유개공규모(자본금 5백억원)보다 더 커질 자회사(1천억원)를 붙이는 것은 모양이나 일 추진에서도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유개공측은 이에 크게 반발,당초 유개공의 설립목적에 석유 유통구조 개선도 들어있는 만큼 그간 추진해온 송유관사업을 동자부가 일방적으로 뺏어(?)가는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정부방침 변화의 속사정은 다른데 있다는 식의 뒷얘기를 펴왔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돼 동자위에서는 지난 12일 법제처에서 유권해석까지 의뢰해 놓은 상태다.<박신옥ㆍ노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