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의 아픔, 베니스를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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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 자장커(賈樟柯.36.사진 위) 감독의 영화'삼협호인(三峽好人, 영어제목 Still Life)'이 10일 폐막한 제6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삼협호인'은 삼협댐의 건설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적인 영상에 담아낸 작품이다. 심사위원장 카트린 드뇌브는 "촬영의 아름다움, 이야기.인물의 완성도가 매우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자장커는 중국 독립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초기작인 '소무'부터 꾸준히 부산영화제에 초청돼 국내 관객에게도 낯익다. 자장커는 그동안 두 차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삼협호인'은 영화제 후반부에 '깜짝 초청' 형식으로 뒤늦게 경쟁부문에 합류해 현지 언론이 수상을 쉽게 점치지 못했다. 수상이 확정되기 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시다시피 중국은 지금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그 변화가 일상에 미치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베니스 영화제는 2004년에도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깜짝초청해 감독상을 안겨준 바 있다.

남녀주연상은 할리우드 스타 벤 애플렉과 영국의 관록파 배우 헬렌 미렌에게 돌아갔다. 벤 애플렉은 1950년대 미국TV시리즈의 수퍼맨으로 유명한 실존배우 조지 리브스의 죽음을 파헤친'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에서, 헬렌 미렌은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죽음 직후 엘리자베스2세 여왕과 토니 블레어 총리의 갈등을 다룬 '더 퀸(The Queen)'에서 각각 열연했다. '더 퀸'은 최우수각본상도 받았다.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銀)사자상은 프랑스의 84세 거장 알렝 레네의 '마음'(Coeurs, 영어제목 Private Fears in Public Places)이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차드 내전의 후유증을 다룬 마하마트 살레 하로운 감독의 '건기(乾期, Daratt)'에 돌아갔다. 아프리카 영화로는 19년 만에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한편 한국영화는 올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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