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개발 기간 단축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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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2000년 이후에는 대부분 업체가 신차 개발 기간을 3~4년으로 줄였고, 도요타는 무려 2년까지 단축했습니다. 한 플랫폼(차체 뼈대와 엔진)으로 여러 종류의 신차를 만들었지요. 당시 신차 개발이라면 새로운 차체 뼈대와 엔진을 개발한 뒤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소형차(연간 100만 대 이상)인 도요타의 카롤라는 같은 플랫폼아래서 무려 15종의 새 차로 재탄생했지요. 그러다 보니 안은 같고 껍데기만 다른 신차가 우후죽순 나왔지요. 기아차를 회생시킨 신화적인 모델인 카렌스는 신차 개발에 18개월 걸렸습니다. 당시 자금 사정이 안 좋아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기간을 단축해야 했습니다. 준중형차인 세피아의 차체와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차고를 높여 7인승 레저차량(RV)으로 만들었지요. 신차 개발기간 단축으로 비용이 줄고 잘 팔린다면 좋은 일이지만 허점도 있습니다. 품질에 이상이 생기면 낭패입니다. 고장 없는 차의 대명사인 도요타가 최근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전략에서 탈피해 6개월 정도 늘리겠다고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이 '신차 개발 기간을 6개월 더 단축하겠다'고 선언한 지 채 1년도 안 돼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최근 도요타는 리콜이 급증하면서 품질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일본 리콜 대수는 2001년 6만 건에서 지난해 192만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올 상반기만 80만5000대에 달했습니다. 더구나 고급 브랜드 렉서스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도 제동장치 불량으로 리콜을 했습니다. 미국에선 리콜 대수가 판매대수(226만 대)를 넘어 섰지요. 자동차 전문가들은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새 부품과 신차 테스트 기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새로 개발한 부품의 내구성 테스트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실제 환경에서 오류가 나올 수 있다고 하네요. 도요타는 2003년 부품업체와 힘을 합쳐 신차 부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자랑했는데 지금은 속이 편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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