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돼버린 '산양분유'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고양시 행신동에서 초등학교 2,4학년짜리 딸 둘을 키우는 K(43)씨. 그는 올해 초부터 아침마다 산양유를 배달받아 아이들에게 먹인다. 아이들의 키가 동년배 아이들에 비해 너무 작아 한의원을 찾아갔더니 산양유를 권했다고 한다.

K씨는 "한의사가 말하기를 '소는 우유를 대량으로 짜내기 위해 사료 속에 성장 촉진제를 넣다보니 사람에게 좋지 않다. 또 우유는 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데 성 호르몬은 성장 호르몬과 상충해 아이들 발육을 저해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부 제품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산양분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산양분유는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 또는 유아 △성장이 느린 어린이 등에 좋다고 알려져왔다. 발육촉진제를 함유한 우유와 달리 청정지역에서 자란 산양의 젖이니만큼 우유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속설도 있다.

산양유.산양분유란 무엇이며 속설들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산양분유는 산양유를 건조시켜 분말상태로 만든 것이니 기초 원료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산양분유에는 성장에 필요한 칼슘, 단백질, 철분 등이 함유됐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양분유에는 일반 분유와 달리 아기가 소화하기 어려운 'A-s1 카제인'이라는 우유 단백질이 거의 함유돼 있지 않다. 또 지방 입자가 우유보다 작아 소화와 체내 흡수가 잘되고 알레르기 반응이 우유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성장, 두뇌인자와 면역성분 등이 모유와 흡사하다. 이밖에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IGF, 뉴클레오타이드, 스핑고마이엘린, L-카르니틴, CLA 등 기능성 성분이 함유돼 있다.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 발육에도 좋다는 얘기들은 분유업계가 산양분유에 함유된 성분들 덕분이라는 것을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산양분유는 비싸다. 일반 분유에 비해 2배를 호가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물론 산양분유를 프리미엄화 시켜 모심(母心)을 자극한 업계의 상술도 한 몫 했다.

남양유업의 분유를 예로 들면 알프스산양분유 1단계(400g×6캔)는 10만2000원선(최저가 기준)인데 반해 임페리얼 드림XO 1단계(800g×3캔)는 5만4900원에 판다. 모두 프리미엄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가격차는 매우 크다.

산양분유는 지난 2003년 일동후디스(산양분유)가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후 남양유업(710,000원 0 0.0%)(알프스산양분유), 매일유업(22,100원 1,100 +5.2%)(유기농 산양분유), 파스퇴르(누셍산양분유) 등이 산양분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양분유 시장은 전체 분유시장(2800억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산양분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분유시장 내 비중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 들여오는 산양분유는 뉴질랜드, 오스트리아에서 방목하는 산양의 젖으로 만든다. 업체끼리 산양분유의 원산지를 놓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산양은 기본적으로 청정지역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논란 자체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지역적 한계로 인해 산양의 수가 적고 그만큼 분유로 활용할만한 산양젖도 양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원가가 높고 소비자가도 비싸다. 업계에서는 산양분유 한 통을 팔았을 때보다 일반 분유를 판매했을 때 마진이 더 높다고까지 주장한다.

예상과 달리 산양분유는 한국에서만 유독 인기가 높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산양분유 시장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뜸한다. 산양분유의 효과가 과대포장 됐다는 일부의 지적은 여기에 근거한다.

어떤 이유에서 산양분유에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는지, 해당 업체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산양의 젖(원유)를 건조하는 가열처리 과정이 분유와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며 원산지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원유에 순간 고열을 가해 분말형태로 만들게 되는 데 고열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카자키균을 잡아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국내 분유제조공정은 까다롭기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문제가 된 해당 업체의 해명이 얅팍한 '변명'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아쉽게도 산양분유의 효과를 검증해줄만한 국제적 연구결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산양분유는 어느덧 프리미엄 분유의 대명사가 돼 있기 때문에 철저한 연구와 검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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