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 福者 반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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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97년 세상을 떠난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에 대한 시복(諡福)식이 19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열렸다.

교황은 수십만명의 군중 앞에서 "주님의 종, 콜카타(옛 캘커타)의 테레사를 이 순간부터 신성한 사람이라고 부르도록 허락한다"고 선언했다. 교황이 테레사의 시복을 선언하자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환호했고, 테레사 수녀가 몸담았던 콜카타의 '사랑의 선교회'소속 수녀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자리에는 테레사 수녀의 치유의 기적을 증언한 인도 여성 모니카 베스라도 있었다. 그는 98년 테레사 수녀의 무덤 앞에서 기도한 뒤 복부 종양이 나았다고 밝혔고, 가톨릭은 이를 기적으로 공인했다.

시복은 가톨릭에서 뛰어난 신앙이나 순교로 이름이 높은 이에게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라는 칭호를 내리고 그를 공경하도록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복자가 되려면 성직자가 타계한 뒤 일어난 기적이 사실로 입증돼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이나 걸려왔다. 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이런 관례를 깨고 사상 최단기간인 사후 6년 만에 복자 반열에 올랐다.

교황 재위 25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날 시복식장에는 20여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테레사 수녀가 활동한 '사랑의 선교회'가 보살핀 2천여명의 극빈자들과 로마의 노숙자들이 초청돼 귀빈석에 앉았으며 세계 각국의 정치인.외교관이 자리를 함께 했다.

1910년 오스만 투르크가 통치하는 발칸반도의 스코폐(지금의 마케도니아)의 알바니아인 가정에서 태어난 테레사 수녀(본명 아녜스 곤자 보야시우)는 28년 인도로 건너가 50년 콜카타에서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 빈민들에 헌신했다.

79년 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며, 97년 9월 5일 87세로 사망했다. 창설 당시 12명의 수녀가 운영하던 '사랑의 선교회'는 현재 전 세계 1백33개국에서 4천5백명의 수녀가 활동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사진=티라나(알바니아)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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