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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사기 살려줘야한다/전문가 진단(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5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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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제위주 사립학교법 「육성법」으로 전환 필요/기부금 허용 재정 자립 도와야
사학은 근대교육의 발전과정에서 신교육의 도입에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일제시대에는 민족의 자주성 고취와 항일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됐었다.
해방 이후 교육인구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팽창하는 과정에서 사학은 교육수요의 상당부분을 충족시킴으로써 공공재정의 부족을 보충하고 중등교육의 보급ㆍ확대를 통해 민주교육의 기초확립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사학은 산업기술개발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지도층과 전문기술 인력의 주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우리 교육의 사학 의존도는 중학 29%,고교 62%,대학 75%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사학의 발전없이는 우리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사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법인의 재정규모가 영세하고,정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빈약한 데다 사학의 주된 재원인 학생 납입금마저 평준화시책ㆍ물가정책 등의 제반 정책목표와 연관되어 책정ㆍ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학재정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한 사학에 대한 정부의 행정통제가 계속적으로 강화됨으로써 사학운영의 주체인 학교법인의 사기가 위축되고 있으며,사학의 교원들도 국ㆍ공립교원에 비해 신분보장이 미흡하고 전문직 임용및 승진기회가 부족한 반면에 업무부담은 과중하여 근무의욕이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사학의 당면문제를 해결하고 특수성을 유지ㆍ발전시킴과 동시에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ㆍ종합적인 사학육성책이 절실히 요청된다.
첫째,정부와 민간의 교육책임분담ㆍ조정이다. 의무교육기관과 실업계 고교및 이ㆍ공계 분야 등 대규모 투자소요분야와 전략적 육성분야에 대하여는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투자하고,예술ㆍ체육ㆍ과학ㆍ외국어 등 특정분야와 영재교육분야에 대하여 사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사학 설립자는 사학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되 학사행정에 관한 사항은 전적으로 학교장에게 위임토록 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의무교육 대행 사립학교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확대하고,우수모범사학에 대하여 포상을 하는 등 사학설립자의 사회적 기여도를 공인하여 사학을 설립ㆍ운영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사학운영의 자율성 신장이다. 사학이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통제위주의 현행 사립학교법 지원ㆍ육성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 육성법」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교부와 시ㆍ도교육위원회에 사학업무를 주관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사학에 관한 주요정책을 협의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에 사학관계 단체로 구성된 「사학교육협의회」를 설치ㆍ운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사립학교 운영체제의 정비다. 유치원의 설립인가 심사기준을 개발해 엄정하게 적용하며 유치원법인 설립을 권장하는 한편 사립유치원및 유아원의 교원도 사립학교법에 의해 임용하고 신분을 보장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립중학교는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에 따라 지역특성ㆍ교육여건ㆍ사학법인의 희망 등을 고려해 그 운영체제를 「완전사립중학교」 「보조 사립중학교」로 개편하거나 공립중학교 혹은 사립고등학교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사학교원 인사제도의 합리화다. 우수교원을 사학으로 유치하고 교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하여 사학교원은 지역별 사학연합체에서 공개경쟁방법에 의해 임용후보자를 선발하고 이들 중에서 개별학교가 선택 임용토록 하며,사학교원에게도 상위자격 취득ㆍ전문직 임용ㆍ해외연수 등의 기회를 공립학교 교원과 동등하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원의 신분보장을 위하여 사립학교관할 교육행정 단위별로 재심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고,조건부 임용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다섯째,사학재정의 안정적 확보다. 사학이 학교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립 중등학교에 대한 국고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납입금제도를 개선하며,사학에 대하여 세제상의 우대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민간 기부금을 적극 유치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즉,사립중학교 교원봉급의 반액은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이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기준재정수요에 반영토록 하고 사립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기본교육비 차액을 국고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통교부금의 법정교부율을 내국세의 15%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윤정일 서울대교수>PN JAD
PD 19900301
PG 03
PQ 03
CP HS
CK 04
CS D08
BL 1089
GO 분수대
TI 3월(분수대)
TX 3월은 가슴이 뜨거워 좋다. 목석처럼,지푸라기처럼,짐승처럼 쫓기며,죽어 살던 사람들이 주먹 쥐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었다. 그 함성,메마른 산과 들과 강들을 흔들어 깨우고,저마다 엎드려 한숨 짓던 우리들은 모질고 끈질긴 한겨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은 용솟음이 있어 좋다. 사람은 세상에 나서 기죽고 살 수는 없으며,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 수도 없고,권력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못견딜 일인가를 3월은 일찍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30년전 우리의 젊은이들이 철권에 항거해 일어난 것도 3월이었다.
3월은 정신이 맑아 좋다. 모진 추위 다 지나가고,찬수건 머리에 얹은 듯 우리의 이마를 식혀주는 3월의 바람결. 때묻은 옷자락 벗어던지고 새옷 갈아입는 진솔한 느낌은 3월의 아침만이 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그 손길,대지를 어루만지고,나뭇가지 흔들어 물이 오르게 하고 얼음 박힌 땅도 어머니의 품으로 만들어준다.
3월은 힘이 있어 좋다. 개미의 숨소리까지 사라지고,영영 죽어있던 땅,물기없는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솟아나온다. 바위를 밀치고,거칠고 투박한 껍질을 비집고 여린 새싹이 돋아난다. 생명의 힘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생명의 욕구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겨울을 이겨낸 3월은 말없이 그것을 가르쳐준다.
3월은 율동이 있어 좋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라. 가벼운 날갯짓은 하늘을 무대삼아 발레라도 하는 것 같다. 조물주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모든 생명들은 비상하는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3월는 수채화가 있어 좋다. 흑색과 회색의 때묻은 겨울옷 색깔이 사라지고 여릿여릿 푸른색으로 채색되는 산과 들의 빛깔. 어느날 먼 지평을 바라보면 연록색의 수채화가 그려져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3월은 이처럼 모든 것이 시작되는 달이다. 새롭게 태어나고,새롭게 눈들을 뜨는 달이다.
오늘 우리는 3월의 달력장을 펼치며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의 3월은 무엇이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있으며,무엇이 생명의 희열을 느끼게 하는가. 짓누르는 듯 뿌연 하늘,사람들은 무엇에 쫓기고 사는 것 모양으로 마음이 설렁거리고,편안하지 않다. 3월의 3월다움을 찾아주는 정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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