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학술교류 장애 없다”/내한한 모스크바대 총장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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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북한 대학간의 교류 중재가능성도 비춰/6월 모스크바 체육대회 연대야구팀 초청
『현재 한소간은 과학ㆍ문화 등의 교류에선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최근 수립된 양국간의 영사관계는 수교를 향한 첫 단계며 정식 외교관계 수립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26일오후 서울에 온 소련모스크바대 아나톨리 로구노프총장은 『정책결정자가 아니어서 시기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한소수교는 역사의 과제』라고 규정하는데 서슴지 않았다.
로구노프총장은 블라미디르 트로핀부총장,세르케이지멘코부총장보,빅토르 마트비예프 모스크바대 핵연구소장 등 일행3명과 함께 연세대초청으로 9박10일간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이날 내한했다.
톨스토이를 연상케하는 30㎝ 턱수염의 로구노프총장(64)은 공항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양국간 교류확대 희망』을 강조했다.
일행의 방한1차목적은 연세대와의 교류문제.지난해 10월 연세대 박영식총장이 모스크바대를 방문,체결했던 학술교류협정의 구체적인 이행각서를 조인할 계획이다.
로구노프총장은 『모스크바대는 북한의 김일성대학과 교수를 장기간 방문초청할 정도로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제는 연세대와도 이에 못지않은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며 『모스크바대는 양자간뿐만 아니라 다자간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연세대와의 교류도 다자간 교류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해 김일성대학과 한국대학간의 교류중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6월 모스크바대에서 열릴 체육대회에 다른 나라와 함께 연세대 야구팀을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대 대표단의 방한 일정에는 주목할 부분이 많다.
로구노프총장 등은 청와대ㆍ외무부ㆍ문교부ㆍ통일원 등 정부부처를 방문,이홍구통일원장관 등 관계자들과 양국간 문화교류방안을 논의한다.
스케줄에는 신현호 삼성물산회장ㆍ구평회 럭키금성회장 등과의 만남도 들어있다.
로구노프총장ㆍ트로핀부총장은 연세대ㆍ고려대 등에서 「페레스트로이카」 「소련의 정치변혁과 공산당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로구노프총장은 현대물리학,특히 양자이론과 소립자분야의 권위자며 74년부터 소련과학원 부회장을 맡고 있다. 총장직은 77년부터.
그는 동시에 정치인이다.
60년 공산당에 입당,78년 당중앙위 상임위원이 됐으며 레닌상ㆍ소련국가상을 받았다.
옆자리에 앉았던 트로핀부총장은 그를 『거물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며 『양국간 영사관계 수립이후 그가 한국외무부로부터 비자를 받은 최초의 소련인이라는 것은 매우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로구노프총장은 이어 27일오전 연세대총장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련은 다른 어떤 나라와도 평화조약을 맺을 용의가 있으며 그 대상엔 물론 한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의 경우처럼 한반도의 통일도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문제며 소련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다만 소련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국가의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구노프총장은 「소련의 학생운동」으로 회견을 끝맺었다.
『우리도 대자보가 있어요. 학생들은 페레스트로이카에 적극적이고 그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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