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뿐인 일 왕세자빈 "면목 없다" 부담 커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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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코의 남아 출산에 들떠 있는 일본 국민들이지만 마음 한 켠에서 찜찜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왕세자빈 마사코(雅子.42)에 대한 걱정이다. 동서(기코)가 아들을 낳아 심리적 부담감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인 것이다.

1993년 6월 매력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외교관이었던 마사코는 현 왕세자인 나루히토와 전세계의 이목을 끌며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폐쇄적인 왕실 문화, 그리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3년 가까이 적응장애(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왕실 공무에는 복귀하지 못한 채 간간히 필수적인 행사에만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기코의 출산에 앞서 '요양'을 위해 왕세자와 딸 아이코 공주와 함께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왕실 평론가들은 "왕위 계승 서열 3위의 남아가 왕실에 새로이 등장함으로써 마사코 왕세자빈이 '왜 난 아들이 없는가'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자책감에 건강에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왕실의 후계자가 마사코 왕세자빈의 직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부담도 예상된다. 왕세자 형제간의 미묘한 갈등을 점치는 분석도 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2004년 5월 해외 순방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사코의 경력과 인격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혀 일본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자 후미히토는 이를 간접 반박하기도 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제 마사코가 남아에 대한 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와 "아직 아들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양론이 팽팽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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