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그늘진 자화상/40대남자의 사망률은 모두의 문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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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40대 남자는 가련하다. 의료기술의 발달등으로 우리 국민의 전체 사망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평균 수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40대 남자의 사망률만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23일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발표한 「표준생명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사망률은 같은 연령의 여자에 비해서나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대만의 40대 남자 사망률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국내에서나 세계적으로나 가장 불쌍한 층이 바로 40대 한국 남자인 것이다.
그러나 40대 한국 남자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통계를 위한 연령적 분류의 결과일 뿐 10대,20대,30대에 건강했던 사람이 40대에 들어 어느날 갑자기 병약해진 결과는 아닐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것이 출생 이래 40대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것이 높은 사망률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40대는 그 모든 사망요인의 육체적 한계연령대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40대의 높은 사망률은 4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이전 모든 연령대의 건강문제로 치환될 수 있으며 그만큼 우리 모두의 생존환경이 각박하고 열악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당국은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높은 원인으로 가부장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 과중,지나친 흡연ㆍ음주습관,6ㆍ25 등 계속 급변하는 정치ㆍ사회ㆍ경제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심한 갈등과 고통을 지적했다.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이러한 분석은 대체로 수긍할만 하다고 본다.
국가적ㆍ사회적으로나 개인적ㆍ가정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연령대라 할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것은 가볍게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두가지의 분명한 처방이 있을 수는 없겠으나 국가의 역동성과 사회와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도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히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적인 풍토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능한한 줄여나가는 지름길은 정치적 민주화를 가속화하고 민주적 사고방식이 사회 각 부문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가부장적 문화전통이 있는데다 해방후의 정치마저 독재적ㆍ권위주의적 성격으로 일관해와 가부장적 문화가 아직도 사회 전반에 지배하고 있다. 우리들은 우선 정치적 민주화의 촉진을 통해 그 문화를 혁파해 나가야 한다.
약육강식의 살벌한 경쟁 풍토도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한 수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공동체적 가치ㆍ목표와의 균형을 상실한 경쟁은 결국 경쟁이 가져다 주는 효율성마저 앗아가게 마련이다. 교육에서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제도는 반드시 공동체적 가치와 목표아래 재조정돼야 한다.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생존환경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한 그것은 사치스런 요구일 뿐이다. 심리적 여유를 위해선 사회보장제가 과감히 확충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성인병에 대한 정책상의 인식전환도 있어야 한다. 성인병도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40대의 문제는 결국 전체 한국사회의 문제다. 우리는 40대 남자의 높은 사망률에서 초라한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보면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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