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통합군」 창설 제의/양독 합쳐 15∼20만명 규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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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독때까진 각기 군사동맹에 잔류
【동베를린 APㆍ로이터=연합】 동독은 통일독일의 통합군으로 기존의 양독 군병력을 3분의2가량 감축한 규모의 연방방위군(분데스헤르)을 창설하되 새로운 형태의 유럽안보체제하에서 통독이 실현될 때까지는 동서독이 각자의 군사동맹체제안에 잔류하고 소련군과 미군병력도 계속 주둔토록 하자고 22일 서독측에 공식 제의했다.
호프만 동독 국방장관은 이날 현재 49만명 수준인 서독군과 17만3천명규모인 동독군을 통합,통일독일의 연방방위군으로 재편성하고 통합군의 규모를 궁극적으로 15만∼20만명 규모로 대폭 삭감토록 하자면서 이 문제를 3월18일 동독총선이 끝나는대로 서독군당국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이같은 제의는 콜 서독총리의 워싱턴방문을 이틀 앞두고 나온 것으로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및 바르샤바 조약기구군이 양독 영토로부터 점진적으로 철군토록하자는 제의를 여러차례 내놓은 적이 있는 소련당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프만장관은 통일독일의 통합군이 고도의 기동성을 갖춘 국경수비대와 15만명 규모의 정규군으로 편성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평화시 통합군의 보유화기및 공격력은 인접국의 공격을 격퇴시키는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 새로운 안보체제가 형성돼 종국에는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미군과 소련군이 일정기간동안 상징적으로나마 서독과 동독에 주둔토록 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연방방위군의 궁극적인 병력규모는 다른 유럽국들과의 협의로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빈에서 열리고 있는 동서감군협상의 동독측대표인 데임장군은 통일독일의 군대병력규모는 30만명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면서 30만명이 넘으면 『이웃나라들,특히 프랑스와 폴란드에 안보상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사문제 논의로 통독 가속화(해설)
22일 발표된 동독의 「독일 통합군」 창설 제의는 통화단일화를 위한 실무작업 시작 등으로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통독작업이 이제 군사분야로까지 확대되는등 더욱 가속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군사분야는 통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제2차대전 당시 독일과 맞싸웠던 나라들은 표면상 독일통일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독일통일이 다시는 자신들에게 군사적 위협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전제를 충족시키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독의 「군사적 지위」에 관한 주변국들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눠진다. 우선 소련은 독일이 타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주어선 결코 안된다는 전제에서 중립화를 주장한다.
이에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은 통일독일이 나토에 그대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독일은 중립국이 되기엔 너무도 큰 나라이며,독일이 동서 군사블록 밖에 있을 경우 중유럽에 커다란 「군사적 공백」이 생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유럽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인 서독은 겐셔 외무장관이 밝힌 「제3의 안」을 제시해놓고 있다. 즉 통일독일은 나토에 잔류하되 옛 동독지역은 나토의 영향밖에 놓음으로써 군사적 완충지대로 만들고 필요하다면 소련군이 그대로 주둔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이 안은 소련측으로부터도 호의적 반응을 얻은바 있다.
이번에 동독이 제안한 통합군제의는 본질적으로 소련의 중립화안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독 국방장관 호프만제독은 『독일통일이 유럽안보에 방해가 되지않고 오히려 「다리」가 되기 위해』 통합군을 기동성있는 민병대와 소규모(15만∼20만명) 상비군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병력규모는 외부로부터 군사적 침략을 받았을 경우 그 군대를 국경밖으로 몰아낼 수 있을 정도의 「중립국 독일」에 알맞는 군사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립국 독일엔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후 연합국들은 패전국 독일에 대해 유례없는 비무장화와 거액의 전쟁배상금으로 독일을 형편없이 약화시켰다고 믿었으나 그로부터 20년이 채 못돼 독일은 엄청난 군사대국으로 재등장,제2차 대전이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몰고왔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변국가들로서는 통합군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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