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캐주얼 데이' 한다는데 뭘 입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일본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정모(30)씨는 캐주얼 데이인 금요일이 되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다. 입사 초기 면바지와 니트 상의를 입고 출근했다가 갑자기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임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참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캐주얼 데이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정한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고 말한다.

정부 관련기업에 근무하는 조모(29)씨도 회사에서 캐주얼 데이를 시행한다는 말에 설레는 마음으로 화려한 의상과 소품들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막상 캐주얼 데이 때도 평소와 다름없는 사무실 분위기에 정작 구입한 의상과 소품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쯤 캐주얼 데이를 시행하는 회사가 많아졌지만 젊은 사원과 회사 임원들이 생각하는 '캐주얼'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남성 정장 브랜드인 캠브리지멤버스는 '품위 있는 캐주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정도다.

LG패션 마에스트로 방유정 디자인실장과 스와치 그룹 라도 사업부 성은주 브랜드 매니저에게서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나만의 캐주얼 데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재킷과 셔츠로 차별화

바야흐로 재킷 전성시대다. 캐주얼의 대명사로 불리던 점퍼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재킷이 유행하면서 소재나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재킷만으로 '나만의 캐주얼'을 살리기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재킷을 골라야 할까. 방유정 디자인실장은 "리넨 소재에 실크를 가미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재킷이 좋다"며 "아이보리 같은 무난하면서도 화사한 분위기의 색상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리넨 소재의 재킷은 통기성이 좋고 수분 흡수가 탁월해 초가을 더위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캐주얼이라고 해서 점퍼나 사파리 등의 아웃 도어 의상이나 청재킷 같은 것은 사무실에서는 너무 튀어 보인다.

색상 차별화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평소에 입는 회색이나 남색 톤의 재킷을 그대로 입을 생각이라면 정장 안에 입게 되는 셔츠를 색다르게 고르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요새 유행하고 있는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다. 여러 가지 색상이 섞인 줄무늬로 화사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재킷을 입지 않고 셔츠와 바지만으로 연출했다면 셔츠가 화려한 만큼 하의는 무난한 단색을 고르는 것이 좋다. 하의도 무늬가 있으면 어지러워 보인다.

#청바지는 짙은 색으로

캐주얼이라고 하면 흔히 청바지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거나 과도한 워싱이 들어간 청바지는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굳이 청바지를 입고 싶다면 워싱이 거의 안 된 청바지를 고르자. 청바지의 염료인 인디고 블루는 원래 짙은 남색이지만 대부분의 청바지는 워싱 처리를 통해 밝은 색상을 만들어 낸다. 결국 워싱이 덜 될수록 색감은 짙어지게 마련이다. 아예 워싱 처리가 안 된 청바지는 언뜻 보면 남색의 바지처럼 보인다.

청바지엔 체크 재킷 같은 고전적인 상의를 선택해 보자. 청바지의 가벼움을 가려주면서도 전체적으로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단점을 커버해준다. 또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남색이나 블랙의 정장 재킷을 매치해도 깔끔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풍긴다.

청바지 분위기를 풍기는 '데님 라이크'소재의 바지가 인기다. 데님에 리넨 소재를 혼합한 것으로 부드러운 착용감에 청바지 색상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청바지가 아닌 정장 바지처럼 보인다. LG패션 알베로 강형래 디자이너는 "데님과 리넨이 혼합된 '데님 라이크'소재 이외에도 데님에 실크 소재를 혼합해 광택감을 살리거나 스판덱스를 혼합한 소재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포멀한 분위기의 데님 소재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의 기호를 설명했다.

#시계는 크로노그래프로

이것도 저것도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계나 가방 등의 소품으로 캐주얼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평소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거나 검은색 일색의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닌다면 캐주얼 데이엔 나일론이나 천 소재의 가방을 들면 한결 가볍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손목 위의 액세서리인 시계도 캐주얼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아이템. 다양한 색상과 기능을 자랑하는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대표적이다. 크로노그래프는 정장과 캐주얼을 불문하고 모두 멋스럽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라도의 성은주 브랜드 매니저는 "금속 소재의 밴드를 사용한 제품이나 지나치게 사이즈가 큰 제품보다는 가죽과 고무 소재의 밴드를 사용한 제품이 정장엔 자연스럽다"고 추천했다. 시계만 너무 튀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티쏘 코리아의 추민석 브랜드 매니저도 "올해에는 특히 블랙 가죽밴드의 크로노그래프 제품이 인기다. 캐주얼과 정장,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