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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군축시대의 "고아" 핀란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구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중립국 핀란드는 국제적 해빙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증강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유럽의 「군사적고아」가 되고 있다.
이같은 핀란드의 군사치중정책은 소련·독일등 강대 인접국의 침략경험과 나토나 바르샤바조약 어느족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어 군사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놓여있어 자구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 5백만의 핀란드는 2차대전 평화조약에 따라 4만2천명의 정규군과 60대의 전투기로 무장을 제한받고 있는 처지다.
그럼에도 핀란드는 유사시1, 2주일내에 70만명의 전투요원을 동원할 수 있을만큼「막강한」 전시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해마다 5만명씩의 예비군을 소집, 재교육을 실시중이다.
핀란드가 이같은 동원체제를 구축하게된 것은 이나라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 장정들은 만19세가 되면 징병돼 8∼11개월간을 군에 복무해야 된다. 제대후에는 만60세까지 향토예비군으로서의 각종 의무가 부과된다.
우선 연1회 소집된 동원예비군들은 60일간 야영생활을 해야한다.
그러나 핀란드 국방의 근간은 다름아닌 보병부대다. 그 보병전술의 기초는「잠복」과 「포위」로 요약된다.
이 두가지 전술은 핀란드지형의 특수성을 고려, 자체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림이 울창한 핀란드의 경우 길이 협소할 수 밖에 없어 유사시 적군이 침략했을 때도 좁은 통로를 따라 스키부대를 동원, 적을 격퇴하는 일종의 게릴라전법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전법은 지난 39년 소련군의 핀란드 침공 때 매우 유효적절하게 사용돼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육군과 함께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는 해군과 해안경비대로 약80척의 경초계정으로 무장돼 있다.
이밖에 주요도시와 공군기지는 지대공미사일과 대공포부대에 의해 방어되고 있다.
전국에는 철통같은 레이다망이 쳐져 있으며, 방공호는 전국민의 절반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거의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핀란드가 이같은 총력전 체제를 갖출만큼 국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20년 독립된 이래 소련과 나치독일의 침공에 시달린데다가 여전히 동쪽을 소련과 국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의침이 있을 때마다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상대국에 대해 처절할 정도로 저항해 왔었다. 지난39년 소련군의 침공때는 대전차용 무기가 없어 화염병을 고안, 방어용 무기로 썼다.
이 화염병은 당시 소련외무장관이었던 몰로토프를 조롱하기위해 「몰로토프 칵테일」로 명명했다.
39년 전투에서 6만여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은 핀란드는 그때의 교훈에 따라 항상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철통같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핀란드의 국방정책이 최근들어 도전받고 있다.
전쟁을 경험치 못한 전후세대인 젊은이들 가운데 반군사주의가 넓게 확산 되어가고 있을뿐 아니라 의회내에서도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젊은층들은 징병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심지어 군가에 퇴폐가사를 붙여 부르길 즐겨하고 있다.
야당인 사민당의원들은 예산의1·4%를차지하고있는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동유럽에서 일고 있는 격변의 물결을 틈타 방위비를 줄이고 예비군과 군장비에 드는 비용을 줄여 이를 사회다른 부문에 전용해야 한다』는것이 야당들의 견해다.
이런 와중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완고하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루마니아 독재정권이 막을 내린 직후인 작년말 국방예산은 단 한푼도 깎이지 않고 의회를 통과했다.
카르힐로외무차관은『우리는 군축계획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와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들과 관련된 문제다. 핀란드는 그 어느 동맹국도 아니어서 상관없는 일이다』고 말해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군사력유지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소련과 미국 양대국의 군축추세에 따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군축무드 속에 핀란드가 「유럽의 고아」로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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