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청 앞 집회에서 그동안 이런 종류의 모임엔 잘 보이지 않던 인물이 마이크를 잡았다.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서경석(사진) 목사다. 그는 기독교사회책임 공동 대표,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 등의 직함도 가지고 있다.
서 목사는 이날 단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고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게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서 목사 같은 중도보수형 인사가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를 범보수권 인사로 묶을 수 있을지라도 이 같은 집회에 나서는 것은 혐오했던 인물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배경 등에 대해 4일 들어봤다.
-시청 앞 집회 참석이 의외인데요.
"2년 전만 해도 시청 앞에서 '꼴통보수'그룹이 집회를 하면 뒤에서 흉을 봤습니다. 혐오하기까지 했습니다. 우선 그들이 성조기를 흔드는 것이 싫었습니다."
-왜 그렇게 싫어했습니까.
"좌파들이 지나치게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맞불을 놓기 위해서도 극우세력이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좌우로 양극화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중도세력이 좌우를 통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겁니까.
"사학법 문제, 전작권 환수 문제, 도박 문제 등 최근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학법 재개정을 지지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든지입니다. 전작권과 도박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요.
"저를 보고 꼴통보수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지식인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나라 걱정을 하면서 집회 참석은 대중이 할 일이지 지식인이 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참된 지식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서 목사와 극우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김정일 정권의 악행을 익히 잘 알고 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대화와 협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를 보고 일부 극우세력은 '아직 서경석은 좌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서 목사는 1990년대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키워내 한때 '진보 지식인'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런 서 목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발언도 적지 않다. 세상이 변했고 그의 생각도 변했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