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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삐걱 「거여 삼국지」/민자당 새 풍속 새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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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 최고위원 결재순서에 고심/의총 자리 부족… 정책협의 혼선
민자당이 15일 창당등록과 16일 교섭단체등록을 마침으로써 단일정당으로 합가했다.
그러나 몸은 합쳤으나 급작스러운 합당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정이 안돼 삐걱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최고위원 방도 문제
○…16일 국회 146호실에서 열린 민자당 첫 의원총회에서는 총 2백16명중 1백99명이 참석했는데 장소가 비좁아 조금 늦게 도착한 K모의원 등 서너명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중간에 회의장에서 나왔는가 하면 회의장에 코피ㆍ음료수용으로 컵이 3백여개나 소모돼 구민정 원내총무실은 이를 준비하느라 진땀.
본회의장 의석도 전면 재배치하는데 의장석을 향해 중앙부터 거의 전부가 민자당이고 평민당은 오른쪽 70석,신야당과 무소속은 왼쪽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민자당 의석배치도 문제인데 3당 의석을 혼합,최고위원 및 4선 이상의 원로급,총무단들은 뒤쪽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상위ㆍ다선ㆍ가나다순 등을 적절히 고려해 모자이크식으로 자리를 정할 계획. 의원회관 방은 거의 그대로 두기로 했다.
국회측이나 민자당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민자당 최고위원 3인의 방 조정문제.
현행 국회사무처 규칙에 의하면 교섭단체별로 대표실과 총무실을 두게 돼 있는데 민자당의 경우 대표가 3명이기 때문에 만약 평민당측이 「법」대로 하자고 우기면 민자당이 세 공동대표들을 한 방에 모아야 할 처지.
민자당측은 의석비에 따라 방을 쓸 수 있도록 해 세 최고위원의 독방을 마련할 작정.
민자당은 또 세 최고위원에 대한 보고체계에도 골치를 썩이고 있는데 우선 당장 보고서에 최고위원 3명의 결재란을 어떻게 배열하고 어떤 순서로 결재를 거쳐야 할지도 고심.
민자당은 새 당사인 대원빌딩 8층 전체를 개조,세 최고위원 방을 마련하는데 노태우최고위원 방은 두지 않고 그대신 박태준 최고위원대행 방을 둔다는 것.
이를 두고 구민주ㆍ공화측은 노대통령이 자신을 격상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내심 불쾌한 기색인데 이 때문인지 17일 당정회의에 세 최고위원이 초청됐으나 박대행이 나가게 되자 김영삼최고위원은 다른 일 때문에,김종필최고위원은 치통을 이유로 불참. 한 관계자는 필요하면 청와대에 올라가 협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해 두 김최고위원 격하 가능성에 신경.
○구야 자금지원 기대
○…당의석도 초대형이지만 하부조직 역시 엄청나 당원수만도 무려 3백56만명이고 사무처요원도 7백여명 이상. 민정계는 사무처요원 배치를 두고 자질문제를 들고 나오는데 민정출신의 국실장이나 전문위원들의 경우 상당수가 과거 정부부처 국ㆍ과급장 이상의 전문인력들이 많은 데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ㆍ공화,특히 민주당출신들은 「가투경력」뿐 이라는 것. 이 바람에 창당의 뒷바라지는 민정당출신만 뛰어다니고 다른 당사무처요원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태도라는 것.
야당출신 의원들은 자금지원 등을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
민정출신 지역구의원들은 매달 2백만∼3백만원 가량의 지구당 활동비를 지급받아왔는데 이 관례가 계속되면 그동안 당비만 냈을 뿐 중앙당으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못받아오던 구야출신들은 최소한 「실탄」문제에 있어서는 공식ㆍ비공식적으로 한결 윤택해지리라는 관측.
○구민주 뒷전에 몰려
○…민자당내 각 계파간의 이견이 가장 뚜렷이 표면화되고 있는 부분은 정책협의.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통야당을 자임했던 민주계 의원들과 민정ㆍ공화계 의원들간에는,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ㆍ경찰중립화법안 등의 심의과정에서 근본적인 시국관의 차이까지 드러나 구 민주당출신들은 개밥에 도토리격이라고 불평.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보안법ㆍ안기부법의 경우 구공화당측이 거의 손대지 말자는 쪽으로 안기부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바람에 구민주당측은 완전히 뒷전.
조만후의원은 『난생 처음 당정협의란 것을 해봤는데 사면초가라는 느낌마저 들더라』고 하소연.
○…허형구법무장관등 정부관계자와 민자당 책임위원인 이진우(민정계ㆍ간사)ㆍ조만후(민주계)ㆍ박충순(공화계) 의원 등은 16일 당정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ㆍ정부간과 당내 민주계와 다른 두 당 출신간에 한시간여 공방만 거듭한 채 일단 자리를 파하고 17일 재차 모여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중립화법안의 경우 김제태(공화계ㆍ간사)ㆍ홍세기(민정계)ㆍ심완구(민주계)의원이 15일 낮 한차례 모임을 가졌는데 특히 민주계인 심완구의원은 야당단일안의 제안자였던 터라 『정부와 민정계에서 완강히 주장하는 경찰위원회의 독임제를 갑자기 검토ㆍ수용하자니 괴로움이 크다』고 「시각조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3색조화 어떡하나
○…16일 열린 민자당의 첫 의원총회에 앞서서 야권출신 의원들은 「무조건 찬성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내용이 담긴 의총결의문 초안을 준비했으나 민정계에서 극구 반대해 채택에는 실패.
지난 14일에는 최근의 연속 방화사건에 대해 박희태 대변인이 『진상을 조사해본 뒤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논평을 발표하자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먼저 정부를 강력히 비판한 뒤 대책을 거론하는 게 순서』라고 따지는 풍경도 연출.
이와 관련,박희태대변인은 『공식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예정에 없던 논평을 하게 될 때 3색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될지 큰 일』이라고 걱정을 털어놓고 있다.
비단 당내뿐 아니라 당정간에도 알력이 심심치 않게 빚어지는 상황으로 16일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전세값대책 당정회의가 정부측이 선수쳐 대책을 발표한 데 불쾌해진 민자당 정책관계자들의 반발로 아예 취소된 해프닝이 대표적인 예로 꼽힐 듯.<김용일ㆍ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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