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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장 눈물의 졸업식(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인데 너의 새출발을 마음놓고 축하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구나.』
16일 오전11시 제9회졸업식이 열리고 있는 서울 대림동 대동국민학교 강당.
소녀가장 졸업생 김주희양(12)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던 이 학교 성덕현교장(61ㆍ여)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채 이 광경을 지켜보는 김양의 유일한 축하객인 할머니 한염순씨(73)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무남독녀인 김양은 지난83년 어머니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데 이어 다음해에는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숨지자 6세의 어린나이에 병석의 할머니를 돌보며 가계를 꾸려오고 있다.
대림동 재개발지역의 영세가구 밀집지역의 한 처마밑의 방이 김양의 보금자리.
생활력이 없는 김양은 오로지 이웃 주민들의 온정에 의지해 할머니의 병구완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김양의 딱한 사정이 학교에 알려지자 성교장은 모금운동을 폈다. 어린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적극 호응,식량ㆍ학용품 등을 지급했다.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얼른 자라서 새나라 새일꾼이….』 졸업식 노래가 울려퍼지자 정든 학교와 선생님 곁을 떠나는 소녀가장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혔다.
『어린 것이 고생하는 것을 눈뜨고 볼수 없어서 죽고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어린 것을 혼자 버려두고 떠난다 생각하니 견딜수 없어 이렇게 살고있습니다.』
졸업장을 든 손녀의 대견스러운 모습을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간호원이 될래요. 그래서 도와주신 분들께 꼭 보답하겠습니다.』 영림중학교에 입학하는 김양의 소박한 꿈이다. 그러나 한학기 수업료에도 못미치는 10만원짜리 장학금증서로 그 꿈을 이룰수 있을 것인지.<박수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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