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의 얄팍한 “숫자놀음”/소련이 보는 「미 국방 아주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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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군 해외기지 감축 대외에 과시/한국등 당사국엔 “전력 변화없다”
소련 반관영 노보스티통신은 체니 미국방장관의 한국등 아시아 3개국 순방은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감축 약속을 과시하면서도 사실상 미군의 이 지역 군사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숫자놀음」을 벌이는 선전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노보스티가 특약관계를 맺고 있는 본사에 보내온 체니장관의 아시아순방에 대한 알렉산더 라사레프 해설위원의 분석기사 전문이다.<편집자주>
【노보스티 본사 특약】 체니 미국방장관의 한국ㆍ일본ㆍ필리핀 순방은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재조정이라는 미국 정책을 세계에 과시하는 한편 한국등 해당국들에 대해서는 아시아주둔 미군의 재조정이 이 지역 미 군사력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지 않을 것임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에서는 3개 미 공군기지를 폐쇄하고 필리핀에서는 산 미구엘 통신기지의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이같은 미국의 아시아주둔 미군감축을 동북아에서의 미군의 우산을 제거하는 첫걸음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대해 주일 미군 6만4천명에 대한 감축은 없다는 뜻을 체니장관을 통해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주둔 RF­4C정찰기 18대를 오키나와로 병력과 함께 이동시킬 예정이다.
체니장관의 한국방문 회담도 이같은 미 정책방향에 입각해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이상훈국방장관은 수원ㆍ대구ㆍ광주 등 미 공군기지 3개의 폐쇄가 한반도에서의 남북한 군사력 균형을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한국주둔 미 공군력은 한국에서 떠나지 않으며 오산과 군산기지로 이동할 뿐이다.
오히려 미국의 F­16전투기 24대가 올 여름 오산기지에 추가될 예정이다.
그리고 폐쇄 예정 미 공군기지도 실제로는 폐쇄가 아닌 장래 「긴급사태」 발생시 재사용되도록 유지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 필리핀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주둔 미군의 상당한 감축을 할 것이라는 충분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수빅만 미해군기지와 클라크 미공군기지의 종국적 폐쇄설을 부인하고 있다.
산 미구엘통신기지의 소규모 감축은 미군이 싱가포르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상쇄될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의 수개 미군기지 폐쇄를 발표하면서도 이는 결국 미 전술가들의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가수의 조정은 총계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방식이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널리 광고한 동아시아에서의 미군기지 감축 약속은 결국 선전술책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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