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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교실조명이 청소년 근시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학교 교실의 밝기가 미국·일본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데다 한 교실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심한 조명도의 차이를 보여 청소년들의 근시·난시 등 굴절이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돼 왔으나 이를 시정키 위한 정부의 교육투자는 지지부진하다.
이 같은 나쁜 조명환경과 과중한 학습량, TV시청과 컴퓨터교육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눈이 나쁜 청소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
최근 나온 의학·공학계의 연구보고는 서울·지방 모두 교실의 조명설비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순천향 의대 이동환 교수(소아과)팀이 지난해 7∼9월 천안의 초·중·고교 18개 교실 조명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히 비오는 날의 교실 조명은 형광등을 켜더라도 복도 측이 70∼1백50룩스, 창 측이 2백50∼3백50룩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경우 흑판의 조명은 복도측에서 볼 때 40∼1백70룩스, 창측이 50∼2백 룩스였다.
이는 눈의 피로를 덜고 학습효과를 제대로 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도(교실 3백 룩스·칠판 5백 룩스)에 대부분 못 미치는 것이며 위치에 따라서는「학교시설·설비 기준령」(79년 제정)에 규정된 야간수업시의 조명시설기준인 1백50룩스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미국은 교실조명으로 1천 룩스, 일본은 5백 룩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경제수준이 높아진 만큼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의 시력보호를 위해 낡은 기준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맑은 날의 교실조명도 창 측이 2천5백∼3천 룩스로 지나치게 높은데 반해 복도 측은 1백80∼4백 룩스로 창 측보다 조명도가 최하 16·7분의1밖에 안돼 창 측의 차광대책과 복도 측의 국부조명시설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편 연세대공대 이경회 교수(건축공학과)팀이 최근 대한건축학회에서 발표한 서울시내 2개 국민학교의 조도조사를 보더라도 흐린 날의 교실조명은 위치에 따라 31∼1천9백60룩스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이하범 안과과장은『학교교실의 조악한 조명과 가정·독서실의 나쁜 환경으로 가성근시가 최근 부쩍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명은 독서의 내용과시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천 룩스까지는 밝을 수록 좋은데 너무 어둡거나 밝을 경우 청소년들의 눈이 근시나 난시로 나빠질 우려가 크다.
이 교수는 『부적합한 조명은 눈조리개의 모양체 근육에 경련을 일으켜 눈의 조절을 방해, 가성근시를 만들며 이를 계속 방치하면 근시로 굳어지거나 난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가성근시는 일시적으로 갑자기 시력이 0.7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눈을 쉬게 하고 조절경련을 풀어주는 조절근마비제(아트로핀 등)로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안경점에 가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맞춰 쓰는 것은 근시를 굳히는 것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
이 교수는『청소년 근시가 국민학교 학생들의 20%내외, 중·고교생의 30∼50%, 대학생의 50%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실조명의 재조정 등 올바른 독서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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